손해배상(자)
【판시사항】
고속도로 진행 중 돌발사태를 피하여 갓길로 급우회전을 한 자동차가 갓길에 주차중인 자동차와 충돌한 경우, 갓길주차와 충돌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고속도로를 진행중이던 자동차가 앞에서 일어난 돌발사태를 피하여 갓길 쪽으로 급우회전을 하다가 갓길에 주차중인 자동차와 충돌한 경우, 그 갓길에 주차된 자동차가 없었더라면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상황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갓길에서의 불법주차와 충돌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750조
,
고속국도법 제4조
,
도로의구조·시설기준에관한규정 제2조 제11호
,
제8조
,
도로교통법 제59조 제2호
【전문】
【원고,상고인】
김현옥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영록)
【피고,피상고인】
경일화물자동차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승민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7. 3. 선고 96나1160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소외 1은 1995. 4. 21. 01:00경 운전면허 없이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김천시 아포읍 국사리 소재 경부고속도로 서울기점으로부터 242.5km지점의 상행선 1차선 상을 부산 방면에서 서울 방면으로 시속 약 100km로 진행하다가, 위 고속도로의 1차선 상에 화물차 적재함의 비닐 덮개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머지 급제동하면서 핸들을 우측으로 과대조작하여 그 곳 갓길에 주차되어 있던 피고 경일화물자동차 주식회사 소유의 5t 화물트럭(이하 제1트럭이라고 한다)의 좌측 앞범퍼 부분을 이 사건 승용차의 우측 앞부분으로 충돌한 후, 다시 위 제1트럭의 앞쪽에 나란히 주차되어 있던 피고 삼우운수 주식회사 소유의 5t 화물트럭(이하 제2트럭이라고 한다)의 좌측 뒷 적재함 부분을 위 승용차의 우측 문짝 부분으로 충돌하여 그 충격으로 위 승용차의 운전석 뒷좌석에 타고 있던 소외 김공현으로 하여금 뇌간손상 등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위 제1트럭은 소외 이상호가 운전하고 있었는데, 위 이상호는 사고 당시 위 트럭을 갓길에 주차시켜 놓고 그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위 제2트럭은 소외 지군태가 운전하고 있었는데, 위 지군태는 사고 당시 졸음을 피하려고 위 트럭을 갓길에 주차시켜 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사건 사고 지점은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는 편도 2차선의 고속도로로서, 1차선과 2차선의 노폭은 각 3.6m이고, 2차선의 오른쪽에는 폭 6m의 포장된 갓길이 있었고, 그 오른쪽에는 폭 4m의 노견이 있었으며, 노견 오른쪽은 논이었는데, 위 제1, 2트럭은 갓길의 오른쪽 끝에 밀착된 상태로 주차되어 있었고, 사고 당시 노면은 건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가 위와 같이 위 제1, 2트럭을 불법주차시켜 놓은 것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들은 위 각 트럭의 운행자 또는 위 이상호 및 지군태의 각 사용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위 소외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모든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이상호와 지군태가 위 제1, 2트럭을 고속도로의 갓길에 주차시켜 놓은 것이 도로교통법 제59조 위반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위 트럭들을 주차시켜 놓은 곳이 갓길의 가장자리로서 위 트럭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제외하더라도 위 갓길에는 차량의 통행이 가능하였고, 따라서 위 트럭들의 주차로 인하여 고속도로 상의 통상의 차량통행에 지장을 주었다고는 볼 수 없으며, 또 피고들의 트럭이 위와 같이 주차한 사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도 보여지지 아니하는데,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는 무면허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운전미숙으로 인하여 핸들을 오른쪽으로 과대조작한 나머지 차선을 이탈해 간 위 소외 1의 일방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위 주차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그러나 제1, 2트럭의 갓길 주차와 이 사건 사고발생 사이에 아무런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는 없다.
갓길(길어깨 또는 노견)이란 '도로의 주요 구조부를 보호하거나 차도의 효용을 유지하기 위하여 차도에 접속하여 설치되는 띠모양의 도로의 부분'으로서( 도로의구조·시설기준에관한규정 제2조 제11호), 특히 고속도로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차도와 접속하여 차도의 우측에 폭이 적어도 3m 이상인 갓길을 설치하여야 하는데( 고속국도법 제4조, 도로의구조·시설기준에관한규정 제8조), 이러한 고속도로에서의 갓길의 폭이 언제나 동일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차도의 효용에 따라서 그 갓길의 폭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일단 어느 특정지역에 갓길이 설치된 이상 그 갓길이 폭이 다른 지역의 갓길보다 휠씬 넓다고 하더라도 그 갓길 전부가 갓길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이러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갓길의 가장자리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59조 제2호).
고속도로에서의 갓길의 기능이 긴급자동차, 도로보수차량 등의 통행을 위한 것만은 아니므로, 설령 갓길 중 주차한 자동차가 차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으로 긴급차량이나 도로보수차량들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주차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나아가 고속도로를 진행중이던 자동차가 돌발사태에 대피하기 위하여 갓길로 급우회전을 한 경우 그 갓길에 주차된 자동차가 없었더라면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상황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갓길에서의 불법주차와 충돌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위 제1, 2트럭을 주차시켜 놓은 곳이 갓길의 가장자리로서 위 트럭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갓길 부분으로 차량의 통행이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원심은 그 갓길 중 차량의 통행이 가능한 부분의 폭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였는지에 관하여 심리한 바도 없어, 기록상 3m 이상의 공간이 확보되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러한 갓길의 주차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이고,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사실관계하에서는 위 트럭들을 주차한 운전자들로서는 고속도로를 진행하는 차량들이 긴급사태에 대피하기 위하여 급하게 갓길 쪽으로 피행할 수도 있고 이러한 경우 갓길에 주차된 위 트럭들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보여지므로, 위 소외 1이 도로 상에 화물차 적재함의 비닐 덮개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급제동하면서 핸들을 우측으로 과대조작하여 그 곳 갓길에 주차되어 있던 위 제1, 2트럭들과 충돌하였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트럭들의 불법주차와 이 사건 충돌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