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가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경우 낙태하면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한다

by 사고후닷컴 posted Oct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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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자)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2127, 판결]

【판시사항】

가. 호주상속의 선순위 또는 재산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태아를 낙태한 것이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2조 제1호 및 제1004조 제1호 소정의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나. 위 “가”항의 규정들 소정의 상속결격사유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필요로 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가. 태아가 호주상속의 선순위 또는 재산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경우에 그를 낙태하면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2조 제1호 및 제1004조 제1호 소정의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한다.


나. 위 “가”항의 규정들 소정의 상속결격사유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필요로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1) 우선 같은 법 제992조 제1호 및 제1004조 제1호는 그 규정에 정한 자를 고의로 살해하면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더 나아가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까지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2) 위 법은 “피상속인 또는 호주상속의 선순위자”(제992조 제1호)와 “피상속인 또는 재산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제1004조 제1호) 이외에 “직계존속”도 피해자에 포함하고 있고, 위 “직계존속”은 가해자보다도 상속순위가 후순위일 경우가 있는바, 같은 법이 굳이 동인을 살해한 경우에도 그 가해자를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이유는, 상속결격요건으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요구하지 아니한다는 데에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으며, (3) 같은 법 제992조 제2호 및 이를 준용하는 제1004조 제2호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도 상속결격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상해의 고의’만 있으면 되고, 이 ‘고의’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필요 없음은 당연하므로, 이 규정들의 취지에 비추어 보아도 그 각 제1호의 요건으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은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참조조문】

구 민법(1990.1.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2조 제1호제1004조 제1호

 

【전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삼희통운주식회사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1991.11.29. 선고 90나6889,689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원고들 패소부분 중 소극적 손해 각 금 5,397,181원 부분을 파기하고 이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기각된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상고이유 제 1, 4점에 대하여
원심이 산정한 과실상계비율과 위자료는 적정하다고 인정되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망 소외인이 1989.8.16. 피고의 불법행위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고, 제1심 공동원고 1은 망 소외인의 처로서 그 호주상속인이고 원고들은 그의 부모이므로, 소외 망인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그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됨으로써 위 제1심 공동원고 1이 그중 2/4를, 원고들이 그중 1/4씩을 승계취득하였다고 설시한 후, “위 제1심 공동원고 1은 소외 망인의 자식인 태아를 낙태하였으니,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낙태를 하면 민법 제1004조 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상속결격제도의 중심적 의의는 개인법적 재산취득질서의 파괴 또는 이를 위태롭게 하는 데에 대한 민사적 제재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이상 상속결격자라고 하기 위하여는 민법 제1004조 소정의 범죄를 범한 자의 고의 안에는 적어도 그 범행으로 말미암아 상속에 유리하게 된다는 인식도 함께 있을 것을 필요로 할 것인바, ① 위 제1심 공동원고 1이 1989.9.18. 소외 망인과의 사이에서 잉태한 태아를 낙태하기는 하였지만, 이 범행은 위 태아를 출산할 경우 결손가정에서 키우기 어려우리라는 우려와 남편의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및 신체적 쇠약으로 고민 끝에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되고, ② 또한 위 제1심 공동원고 1이 낙태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동인은 호주상속을 할 태아와 공동상속인이 되어 그 상속분은 1/2이 되고, 낙태한 경우에도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과 공동상속인이 되어 그 상속분은 역시 1/2이 되므로, 그가 낙태죄를 범한 이유는, 그 범행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재산상속에 유리하게 된다는 인식 없이, 오로지 장차 태어날 아기의 장래에 대한 우려 등에 기인하였으므로, 동인은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나.  먼저 원심의 판시 중 태아가 호주상속의 선순위 또는 재산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경우에 그를 낙태하면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92조 제1호 및 제1004조 제1호 소정의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부분은 옳다고 하겠다.


그러나 과연 위 민법 규정들 소정의 상속결격사유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필요로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1)우선 민법 제992조 제1호 및 제1004조 제1호는 그 규정에 정한 자를 고의로 살해하면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더 나아가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까지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원심의 판시는 위 규정들의 명문에 반하고, (2) 또한 민법은 ‘피상속인 또는 호주상속의 선순위자’(제992조 제1호)와 ‘피상속인 또는 재산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제1004조 제1호) 이외에 ‘직계존속’도 피해자에 포함하고 있고, 위 ‘직계존속’은 가해자보다도 상속순위가 후순위일 경우가 있는바, 민법이 굳이 동인을 살해한 경우에도 그 가해자를 상속결격자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이유는, 상속결격요건으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요구하지 아니한다는 데에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으며, (3) 그리고 민법 제992조 제2호 및 이를 준용하는 제1004조 제2호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도 상속결격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상해의 고의’만 있으면 되므로, 이 ‘고의’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필요없음은 당연하므로, 이 규정들의 취지에 비추어 보아도 그 각 제1호의 요건으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은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그러므로 원심이 이와 반대의 견해에서 민법 제992조 제1호 및 제1004조 제1호 소정의 상속결격사유로서 ‘살해의 고의’ 이외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하여 위 제1심 공동원고 1을 소외 망인의 호주상속인 및 재산상속인이라고 인정한 데에는, 위 규정들 소정의 상속결격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라.  그런데 원심이 상속으로 인하여 위 제1심 공동원고 1에게 귀속되었다고 인정한 손해배상채권액 금 39,262,292원 가운데 금 28,467,929원 부분은, 위 제1심 공동원고 1에게 그 지급을 명한 제1심 판결이 이미 확정되었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위 제1심 공동원고 1을 상대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을지언정, 더 이상 피고에게 이를 구할 수는 없게 되었다.
 
3.  이에 원심판결의 원고들 패소부분 중 소극적손해 각 금 5,397,181원 {(39,262,292원 - 28,467,929원) / 2 }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박우동 윤영철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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