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JTBC
- 원글보기 :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298021
[앵커]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차량 두 대를 들이받는 사고, 흔한 사고가 아니죠. 그런데 경찰청장 후보자가 이런 사고를 저지르고도 신분을 감추어 징계를 면했다는 얘기. 그리고 23년 뒤 경찰의 수장으로 지명됐습니다. 이렇게 해명합니다.
[이철성/경찰청장 후보자 : 제가 당시 조사를 받는데 너무 정신도 없고 너무 부끄러워서 직원한테 신분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징계 기록은 없습니다.]
공무원이 음주사고 일으켜도 직업을 숨기면 징계를 면할 수 있느냐, 오늘(22일) 팩트체크 주제입니다.
오대영 기자, 당시 사고가 꽤 컸던 것 같네요?
[기자]
현재 보존된 자료를 토대로 보면 결코 작은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1993년 11월 22일로 가보겠습니다. 당시의 경기도 남양주군입니다. 이 후보자의 엑셀 승용차가 중앙선 넘어서 이렇게 마주오던 봉고차의 뒷면을 받고요. 뒤이어서 오던 세피아 승용차의 운전석 옆면을 들이받는 사고였습니다.
[앵커]
이 후보자가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거죠?
[기자]
낮에 직원들과 반주를 했다는 건데 혈중알코올농도가 0.09%로 기준치를 훌쩍 넘었습니다.
[앵커]
반주가 아니라 거의…
[기자]
음주였죠. 이 후보자는 당시 경찰관 신분을 감췄고요. 조사가 끝난 뒤에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만약에 신분을 밝혔다면 징계를 받을 텐데 이를 피할 수가 있었던 겁니다.
[앵커]
당시 징계가 이루어졌다면 '경찰청 차장' 뿐 아니라 '경찰청장 후보자' 자리까지 오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기자]
이번에 인사청문회에서도 그 질문이 있었는데, 본인 스스로도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거라고 인정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떻게 경찰관 신분인 걸 아무도 몰랐을까요? '신원조회'를 했을 텐데요?
[기자]
교통사고가 나면 '조사규칙'에 따라서 조사를 해야합니다.
1993년에는 <교통사고 처리지침>이라는 이름으로 기준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지금 쓰는 조사규칙과 거의 같습니다.
조사관은 이런 걸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가해자의 신분과 가족관계, 자산과 수입, 근무와 취업상황을 필수적으로 파악하라고 돼 있습니다.
[앵커]
모르겠습니다. 자산 및 수입까지도 왜 조사하는지는 그건 모르겠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 계시기는 하겠습니다. 아무튼 맨 위에 거기 조사규칙 순서대로 적은 거 맞죠? (맞습니다.) 그러면 제일 중요한 게 운전자 신분이기 때문에 맨 위에 올라가 있는 것 같은데 직업이 뭔지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양식에 따르면 이렇게도 되어 있습니다.
지금 보여드릴 게 현재 쓰고 있는 진술서인데 1993년에도 거의 같았다고 저희가 취재를 했는데요. 직업 쓰는 난이 저렇게 있습니다.
이 후보자가 이 칸에 들어갈 직업을 속일 수 있었는지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인지가 오늘의 핵심이죠.
교통경찰이 가해자의 직업을 어떻게 파악하느냐? 크게 2가지 방식입니다. 당사자에게 묻거나 공무원의 경우 내부전산망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대로라면 이 후보자가 직업을 숨겼어도 신원조회 하면 금방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었나요?
[기자]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이 수사기관에 보급된 시점이 2010년이고 공무원 여부를 검색하는 기능이 들어간 게 2015년, 지난해부터입니다. 참고로 일반인은 직업 검색이 안됩니다.
과거에 직업을 파악하려면 건강보험 납부 내역 같은 증빙서류를 다 뒤져야 했습니다.
경찰관 입장에서는 수사의 본류도 아닌데 직업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쏟을 이유가 부족했던 겁니다.
결국 사고를 저지른 공무원이 신분을 숨겨도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사각지대가 계속 방치돼온 셈입니다.
최근 '성매매 판사'도 처음에 직업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들통난 일, 바로 제도가 바뀌면서 가능해졌습니다.
[앵커]
2015년부터, 이렇게 기능이 추가된 다음부터 그렇게 됐다 이런 얘기죠? (네) 그러면 공무원들이 음주운전을 하고도 '무직이다' 이렇게 둘러대거나 아니면 다른 직업을 대면 그냥 그만이라는 얘기인데 공무원 검색기능이 도입된 지 1년밖에 안 됐다는 게 사실은 더 놀랍습니다. 이건 전산시스템이 그렇게 늦게 된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1993년에 이 후보자는 아마 이런 허점을 알고 자신의 직업을
숨기지 않았을까 이렇게 추정은 해 볼 수가 있는데요.
결론은 공무원 신분 숨기는거 그동안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부터 힘들어졌습니다.
자, 또 하나의 쟁점은 당시 '인적피해'가 있었느냐 여부인데요, 오늘 굉장히 뜨거운 이슈였는데, 사고 보험사는 답변서에서 봉고 차량 100만원, 세피아 610만원을 물어줬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거 보시죠. 사고 23일 뒤에 이 후보자는 자신의 엑셀 차량을 폐차했습니다.
세피아는 보상금이 새차 가격의 최대 95%에 달합니다. 충돌이 심했다는 겁니다.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추연식/변호사 : (인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운전석 옆으로 충돌이 있었다면 좌측 대퇴부나 견골 부위에 골절 같은 부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앵커]
이 후보자는 "다음날 멀쩡히 출근했고 다친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잖아요?
[기자]
인사청문회에서 그렇게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다툼의 소지는 여전히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징계 기준으로 이 사건을 다시 보겠습니다.
지금 규정대로라면 음주운전 한 번만 해도 '정직'입니다. 사람이나 사물의 피해가 발생하면 최대 '해임'됩니다. '신분은폐'하면 해임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제도 변화는, 1993년의 '이철성 경감' 같은 공무원을 막기 위한 목적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후보자가 이 제도를 운영하는 경찰청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본인도 이렇게 말합니다.
[장제원 의원/새누리당 : 후배 경찰이 음주사고를 냈을 때, 과연 청장님이 징계하고 해임을 하고 강등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철성/경찰청장 후보자 : 그런 부분이 제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 부분은 어찌 보면 솔직하게 얘기한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영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그 부분이군요.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