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33 호-
정신 및 행동 후유장해 평가기준

대한법정신의학회

대한법정신의학회(회장 최상섭 국립감호정신병원장)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후원으로 지난달 15일 롯데호텔에서 '정신 및 행동 후유장해 평가기준'이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가졌다. 이날 2000년 1년동안 정신과 전문의가 모여 진행하였던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가지고 그동안 사용해온 맥브라이드 방식의 기준이 신경정신과 영역에서 효용성이 낮고 새로운 정신질환의 개념 및 분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감정실무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그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전국의 정신과 전문의, 타과 의료진, 법조계, 보험업계 관련인 약 3백50여명이 참가, 대성황을 이루면서 진지하게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주제로 다루어진 '정신 및 행동 후유장해 평가기준'에 대한 내용과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최철환 서울지법 판사와 김승진 변호사가 발표한 글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날 주제로 다루어진 ‘정신 및 행동 후유장해 평가기준’은 그 동안 사용해온 맥브라이드 장해평가법에 대한 문제점을 개정하면서 적용지침 및 세부지침 등을 소개하고 있다. 맥브라이드 장해평가법은 1936년도에 초판이 나온 이래로 몇 차례 개정을 거쳐 1963년 제6판이 마지막으로 출판되었고 그 내용을 2001년 현재에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였던 맥브라이드는 정형외과 장해는 그나마 자세하게 다루었으나 타과 장해는 미흡한 점이 많고 특히 신경외과나 정신과에서는 견해차이가 심해 많은 혼란을 가져왔었다. 그 동안 많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장해평가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공감하는 이들이 있었고 몇 번의 시도도 있었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이번 연구는 2000년 1년 동안 정신과교수 5명이 외국문헌, 설문조사, 감정서분석, 자문 등을 통하여 ‘정신 및 행동 후유장해 평가기준’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완성, 정신과 장해평가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보고자 하였고 맥브라이드에 기초를 두되 그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점, 항목적용 시 세부지침, 신체감정서 작성지침 등을 구체화하고 기준을 세워줌으로써 정신장해 평가기준을 세우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맥브라이드 평가체계를 개선하여 효용성을 높이고 애매한 평가기준을 구체화하여 판정자간에 일치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한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 진행은 대한법정신의학회 최상섭 회장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상철 회장의 인사말과 축사가 있은 후 이어 1부 새로운 후유장해 평가에 대한 연제발표가 있었다.

‘정신 및 행동 후유장해 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김이영 교수가, ‘신체감정서 작성경향-법원제출 감정서 분석’에 대해 원주의대 박기창 교수가, ‘신체감정 증례-정신과 교수들의 설문조사’에 대해 순천향의대 정한용 교수가, ‘새로운 후유장해 평가기준 시안’에 대해 한양의대 안동현 교수가, ‘정신과 평가의 도구들’에 대해 원광의대 노승호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이어 2부에서 지정토론의 시간이 있었고 좌장은 이화여대 김영철 교수가, 지정토론은 서울지법 최철환 판사, 김승진 변호사, 한양의대 임상심리학 김재환 교수, 순천향의대 신경외과 이경석 교수, 전남의대 윤진상 교수, 연세의대 민성길 교수, 중앙의대 나철 교수, 가톨릭의대 박원명 교수, 서울의대 하규섭 교수가 참여했다.

주된 발표내용은 정신 및 행동 후유장해 평가시 일반적인 지침을 소개, 그 내용으로는 감정의의 자격, 평가시기, 평가의 객관적 근거, 후유장해 인정범위, 인정기간, 향후치료비 산정 등에 대한 것이다. 또한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맥브라이드 항목의 적용지침과 판정기준을 소개하고 여러 문헌과 감정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분석된 내용을 토대로 장해율을 전체적으로 조정하였다.

참가자들은 향후 정신과 장해평가시 평가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많은 판정자에게 기준을 제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은 자리라고 평가하였으며 이런 토론의 자리가 지속되어 ‘정신 및 행동 후유장해 평가기준’이 보다 완성도 높게 다듬어져서 실제적으로 의료계와 법조계에서 널리 쓰이고 인정받는 평가기준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날 최철환 판사와 김승진 변호사가 발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신장해 감정의 최근 대법원 판례(최철환 서울지법판사)

최근 대법원 판례와 관련하여 “신경정신과적 증상은 일반적으로 그 원인이 내인, 외인, 심인 등 복합적이어서, 사고로 피해자에게 그와 같은 증상이 생긴 경우에도 사고이전의 성격적 특성과 정신상태 및 적응능력, 사고를 전후한 가정적·사회적 환경, 사고이후 회복을 위한 자기노력의 정도와 심리적 동기 등에 따라 장애의 정도가 심하게 다를 수 있고, 특히 신경증은 위기상황에 있어서의 인격반응의 일종이라고 부를 정도로 환자의 소질이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발생하는 질환이라 할 것이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후유장해가 신경증인 경우에 있어서 ‘이미 사고 이전부터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던 경우’ 는 물론 ‘피해자의 소질 내지 성격에서의 특성이 그 신경증의 한 원인이 된 경우’나 ‘사고이후 피해자가 회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여 장애의 정도가 커졌다거나 회복기간이 장기화된 경우’ 라면 그로 인하여 확대된 부분은 불법행위와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 판례는 신경정신과 영역의 장해 감정에 있어서 기왕증, 개인적 소인, 사고후의 피해자의 회복 노력을 세밀하고도 적절히 조사 평가하여 과거의 병력이나 피해자 개인에게만 특수한 소인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증상, 피해자의 보상심리에 따른 회복노력 태만 등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증상에 대하여는 인과관계와 사고기여도의 판단을 신중히 하여야 함을 적절히 잘 지적하고 있다.

소송당사자들이 감정인의 신체감정에 대해 바라는 몇 가지 문제점(김승진 변호사)

첫째, 감정서에는 감정인의 판단의 전제가 된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또한 상세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둘째, 애매모호한 표현과 판단은 분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신체감정과 관련한 당사자들간의 다툼을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정신 및 행동 후유장해 평가에서는 감정 분야의 특성상, 의학적으로 확실하고도 객관적인 검사결과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전문의인 감정인마저 판단의 근거와 결과를 확실하게 회신하지 아니하고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결론에 이른 나름대로의 의학적인 근거와 이유를 명백히 제시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법원도 그렇겠거니와 당사자들도 감정결과를 불신하고 다툼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셋째, 감정인들에 따라 감정결과가 크게 차이가 날 경우에는 어느 쪽 당사자로부터도 승복을 바랄 수 없으므로 감정인들이 장해평가를 행함에 있어 가급적이면 통일적인 기준과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신 및 행동 분야 후유장해 평가에서는 환자나 보호자가 진술하는 주관적인 증상이나 법원으로 송부되어 오는 자료, 일반적인 검사방법만에 의거하여 소극적으로 후유장해의 정도나 인과관계, 기여도 등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장해에 관한 감정인들의 판단은 실질적으로 배상소송의 결과를 크게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보완을 요청하여 합당한 판단이 나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