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등(자)
【판시사항】
신호등의 진행신호만 믿고 무단횡단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자동차를 운행한 운전수의 과실유무
【판결요지】
횡단보도상의 신호등이 보행자정지 및 차량진행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더라도 도로상에는 항상 사람 또는 장애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지점이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비교적 번잡한 곳이라면 이러한 곳에서는 교통신호를 무시한 채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흔히 있는 것이어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이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곳을 통과하는 자동차운전수는 보행자가 교통신호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만을 가지고 자동차를 운전할 것이 아니라 좌우에서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또한 그의 동태를 잘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어느때라도 정지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자동차를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이니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채 차량진행신호만 믿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켰다면 운전수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참조조문】
【전문】
【원고, 피상고인】
이재준 외 5인
【피고, 상 고 인】
정의운수합자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평우, 송영식, 경수근, 최명규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6.10.22. 선고 86나148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회사 소속 운전수인 소외 김태현이 1984.8.15. 21:00경 피고 소유인 경기 2바3208호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여 성남시 모란방면에서 같은시 성호종합시장 방면을 향하여 운행하던 중 같은시 수진동 8단지 앞 4거리 횡단보도상에서 마침 그곳 좌측에서 우측으로 길을 건너던 원고 이재준을 충격하여 상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의 면책항변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장소는 노폭 19.2미터인 편도 3차선 도로상으로서 제한속도는 시속 50킬로미터 지점이고, 사고지점은 2차선의 횡단도보상이며 그곳 4거리와 횡단보도 양도로가에는 자동차신호등과 보행자 신호등이 각 설치되어 있는 사실, 사고당시 위 김태현은 위 도로의 2차선을 따라 시속 약 40킬로미터의 속도로 진행중이었는데 마침 보행자신호등이 적색신호이고 자동차신호등이 진행신호인 녹색신호이므로 위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등을 함이 없이 계속 같은 속도로 진행하다가 위 횡단보도에 거의 이르렀을 때 횡단보도를 따라 좌측에서 우측으로 뛰어서 길을 건너는 위 원고를 3-4미터 전방에서 발견하고, 급정차조치를 취하였으나 거리근접으로 미치지 못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및 사고당시 그곳 도로상에는 1차선상에 좌회전하기 위하여 신호대기중이던 택시 1대 외에는 전방 및 좌우에 시야장애가 없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위와 같은 경우 보행자인 위 원고가 교통신호를 무시한 채 함부로 길을 건넌 점에 잘못이 있기는 하나 운전수인 위 김태현으로서도 신호등의 신호가 자동차 진행신호라 하여 신호만 믿고 진행할 것이 아니라 그때에도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진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할 것이고, 그와 같은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면책항변을 배척하고 있는바, 횡단보도상의 신호등이 보행자정지 및 차량진행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더라도 도로상에는 항상 사람 또는 장애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원심이 채용하고 있는 갑 제10호증(실황조사서)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지점은 매시간당 차량은 800여대, 사람은 500여명이 통행하는 비교적 번잡한 곳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곳에서는 교통신호를 무시한 채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가 흔히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곳을 통과하는 자동차운전수는 보행자가 교통신호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만을 가지고 자동차를 운전할 것이 아니라 좌우에서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또한 그의 동태를 잘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 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어느 때라도 정지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자동차를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채 차량진행 신호만을 믿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켰다면 운전수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인바,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택시운전수인 위 김태현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가 인용한 판례는 형사사건에 관한 것으로서 상황이 다른 이 사건에 그 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사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보행자인 원고 이재준이 보행자 적색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뛰어서 무단횡단한 과실과 택시운전수인 위 김태현이 횡단보도의 좌우를 잘 살피지 아니하고 감속운행하지 아니한 채 자동차진행신호만을 믿고 운전한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과실의 정도는 위 원고나 위 택시운전수에게 각각 50퍼센트씩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3) 따라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