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무보험차량에 의해 사고를 당한 교통사고 피해자가 정부로부터 받는 손해보상금은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았더라도 전체 손해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이 사고를 낸 경우 정부가 피해자에게 손해보상금을 주도록 하고, 다만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 손해배상금의 범위안에서 정부의 보상책임을 면하도록 정하고 있다.
서울지법 민사항소5부(재판장 이인복·李仁馥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정부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에 따른 권한을 위탁받은 동부화재해상보험(주)가 “손해보상금 1천1백20만원을 돌려달라”며 장모씨(43)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2001나17281)에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손해보상금을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 가해자측으로부터 받은 금액도 무조건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한다면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고로 인한 손해를 최소한도로 보장해 주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의 취지와 손해의 적정한 보상을 이념으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며 “손해보상금 범위 내에 포함되는 손해에 대해 가해자측으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았을 때에만 반환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총 손해액이 6천3백여만원인데 원고로부터 받은 손해보상금 1천1백20만원과 가해자로부터 형사합의금으로 받은 2천만원을 합해도 실제 손해액에 미치지 못하므로, 피해자가 손해보상금을 초과한 손해에 대해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손해보상금을 반환키로 약정한 손해배상금을 수령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부화재는 97년1월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심모씨 소유의 차량에 의해 사고를 당한 장씨등에게 손해보상금을 지급했는데 장씨가 심씨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이 사건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