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2다68614
새벽녘 흙먼지에 덮여 미등 ·차폭등 ·비상등이 식별되지 않는 화물차를 차도 가장자리에 주차시킨 운전자는 이 차를 보지 못하고 들이받아 일어난 교통사고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특히 받은 차량의 운전자가 혈중알콜농도 0.243%의 만취상태였다고 해도 화물차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고 20%의 과실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재윤·朴在允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만취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주차된 화물차를 보지 못하고 들이받아 사망한 김모씨의 유가족들이 화물차주 성모씨와 동양화재해상보험(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2다68614)에서 음주운전에 따른 면책을 주장하던 피고들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들은 6천6백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는 아직 일출전이어서 상당히 어두운 편이었고, 사고 화물차는 흙먼지 등으로 덮여 먼거리에서는 식별하기 곤란한 상태에서 3차로에 주차해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들은 화물차 운전자가 비상등과 미등을 켜 둔 채 주차시켰는데도 사망한 김씨가 혈중알콜농도 0.243%의 만취상태에서 전방주시를 게을리해 사고를 일으킨 만큼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비상등과 미등을 켜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사고트럭은 흙먼지로 덮여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