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농도 상승기 있더라도 측정결과 인정
운전자가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운전 직후 곧바로 음주측정을 받았다면 그 시점이 혈중알코올 농도 상승기에 있었더라도 측정된 결과치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0도7289).
정씨는 2017년 3월 심야에 경기도 부천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59%의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음주운전 혐의로 단속된 날 오후 11시 40분께까지 술을 마셨으며, 단속에 걸려 운전을 마친 시각은 오후 11시 45~50분께였다. 또 경찰 지시에 따라 음주측정을 한 시각은 오후 11시 55분이었다. 정씨는 "음주측정 시간인 오후 11시 55분은 혈중알코올 농도 상승기이므로, 5~10분 사이에 0.009%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옛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처벌기준은 혈중알콜농도 0.05%다.
1,2심은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 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운전을 종료한 때가 상승기에 속해 있다면 실제 측정된 혈중알코올 농도보다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씨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운전 종료시부터 실제 음주측정시까지 0.009% 넘게 상승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정씨가 운전할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운전자 벌금 500만원 확정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정씨에 대한 혈중알코올 농도 측정 방법과 절차는 경찰의 통상적인 음주운전 단속에 따른 것"이라며 "운전 종료 시점부터 불과 약 5분 내지 10분이 경과되어 운전 종료 직후 별다른 지체 없이 음주측정이 이뤄졌으므로 음주측정 결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 농도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측정 시점이 혈중알코올 농도 상승기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 농도 수치는 0.05% 이상은 된다고 볼 수 있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정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정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같은 벌금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