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어"
발진조작 완료해야 '운전'에 해당… 무죄 선고 원심 확정
도로에서 고장난 차량을 이동시키기 위해 음주상태에서 운행을 시도했더라도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운전을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7도10815).
A씨는 2016년 1월 회식을 마친 뒤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차안에서 기다리던 중 지나가던 다른 대리운전기사 B씨로부터 대리운전 제안을 받고 차를 맡겼다. 이후 A씨는 잠이 들었고, 깨어나보니 차량은 경남 김해시의 편도 3차선 도로 가운데 차선에 사고가 난 상태로 정차해 있었다. 대리운전기사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에 A씨는 차량을 이동시키기 위해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았지만 사고로 차량이 파손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2%의 만취상태였다.
상고심에서는 A씨의 행위를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를 운전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도로교통법은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이란 단지 엔진을 시동시켰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른바 발진조작의 완료를 요한다"며 "통상 자동차 엔진을 시동시키고 기어를 조작하며 제동장치를 해제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면 발진조작을 완료했다고 할 것이지만, 애초부터 자동차가 고장이나 결함 등의 원인으로 객관적으로 발진할 수 없었던 상태에 있었던 경우라면 발진조작을 완료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도 "파손돼 움직일 수 없는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음주상태에서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해 액셀을 밟은 것만으로는 음주운전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