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2다303216 판결]
【판시사항】
[1] 보험약관에서 정하는 상해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의 의미 및 사고의 외래성과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보험금청구자)
[2] 보험약관에 정한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피보험자가 사망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문제 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 정도
[3] 어떤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상반되는 여러 개의 감정 결과가 있는 경우, 감정 방법의 적법 여부를 심리·조사하지 않은 채 어느 하나의 감정 결과를 다른 감정 결과와 상이하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하여 2개 이상의 감정기관이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 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용하기 위해 법원이 취할 조치 / 이러한 법리는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작성한 감정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4] 甲의 배우자였던 乙이 丙 보험회사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甲, 보험수익자를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으로 하여 피보험자가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는 경우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甲이 계단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식사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하자, 甲의 상속인 丁이 丙 회사를 상대로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甲의 사인에 관해 질식과 급성 심근경색증이 모두 가능성이 있다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와 급성 심근경색증이라는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가 각 제출되었는데도, 각 감정촉탁 결과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甲에게 질식이 발생하였고 질식이 甲의 사망에 원인이 되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丁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하는 상해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는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보험금청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2]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망인이 보험계약 약관에 정한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나, 문제 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3] 어떤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상반되는 여러 개의 감정 결과가 있는 경우 각 감정 결과의 감정 방법이 적법한지 여부를 심리·조사하지 않은 채 어느 하나의 감정 결과가 다른 감정 결과와 상이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감정 결과를 배척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하여 2개 이상의 감정기관이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 법원이 그 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용하여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증거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각 감정기관에 대하여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이나 사실조회 등의 방법을 통하여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작성한 감정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에 사실심 법원이 이를 채택하여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으려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4] 甲의 배우자였던 乙이 丙 보험회사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甲, 보험수익자를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으로 하여 피보험자가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는 경우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甲이 계단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식사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하자, 甲의 상속인 丁이 丙 회사를 상대로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상해를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로 정하면서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에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甲의 사인에 관해 ① 질식과 급성 심근경색증이 모두 가능성이 있다는 戊 의료원 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와 ② 급성 심근경색증이라는 己 대학병원 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가 각 제출되었으므로, 법원으로서는 甲에게 질식이라는 외래의 사고로 상해가 발생하였고 상해가 甲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이 丁에게 있음을 감안하여, 甲에게 질식이 발생하였고 이로써 사망하였다는 사정을 쉽게 추정하여 보험금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하여야 하고, 특히 戊 의료원 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배치되는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의견이 반증으로 제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戊 의료원 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과정에 일부 절차상 미비점까지 존재하므로, 戊 의료원 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를 채택하려면 감정촉탁 결과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 사실조회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甲이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과정에서 질식이 발생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부검감정서에 질식이 발생한 경우 특징적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었고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질식 발생 여부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인지 등에 관한 각 감정기관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심리·파악하여 감정촉탁 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위와 같은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심리하지 않은 채 甲에게 질식이 발생하였고 질식이 甲의 사망에 원인이 되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丁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상법 제727조,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
[2] 상법 제727조
[3]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339조, 제340조
[4] 상법 제727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288조[증명책임], 제339조, 제340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공2010하, 1975) / [1]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28114 판결(공1998하, 2674),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공2001하, 2047) / [3] 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34561 판결(공1992, 1384), 대법원 1994. 6. 10. 선고 94다10955 판결(공1994하, 1934),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64181 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다204490, 204506 판결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교 담당변호사 이종업)
【피고, 상고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소희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11. 9. 선고 2022나20150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였던 소외 2는 2015. 6. 26. 피보험자를 망인, 피보험자 사망 시 보험금수익자를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 보장항목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1억 5,000만 원 등으로 정한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에는 상해를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로 정하면서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에 지급하도록 정하였다.
나. 망인은 2017. 12. 5.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다른 병원에서 입원과 외래진료를 받다가 2019. 3. 20.부터는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는데, 2019. 4. 25. 07:46경 누룽지와 당뇨 밥을 30% 가량 먹다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의식을 잃었고, 몸에서는 전신청색증이 관찰되었다.
다. ○○○요양병원 의료진은 즉시 망인에 대해 하임리히법(Haimlich maneuver)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기도유지기를 사용하여 구강 석션(Oral Suction)도 시행하였으며(구강 석션 시 소량의 밥알이 나오기도 하였다), 119 구급대가 08:20경 간호사와 함께 망인을 차량에 태우고 ○○○요양병원을 출발하여 응급처치를 계속하면서 08:28경 △△의료재단□□병원 응급실로 이송하였으나, 망인은 위 □□병원에서 15:18경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망사고’라 한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망인이 음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질식을 일으켰고 이것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망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오로지 급성 심근경색증이라는 내부적 요인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질식이라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공동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사망사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일반상해사망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대법원 판단
가. 관련 법리
1)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에서 정하는 상해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는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보험금청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28114 판결,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7579 판결 등 참조). 한편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과 같이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에 정한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나, 문제 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 등 참조).
2) 어떤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상반되는 여러 개의 감정 결과가 있는 경우 각 감정 결과의 감정 방법이 적법한지 여부를 심리·조사하지 않은 채 어느 하나의 감정 결과가 다른 감정 결과와 상이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감정 결과를 배척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3456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하여 2개 이상의 감정기관이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 법원이 그 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용하여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증거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각 감정기관에 대하여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이나 사실조회 등의 방법을 통하여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6. 10. 선고 94다10955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6418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작성한 감정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에 사실심법원이 이를 채택하여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으려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다204490, 20450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제1심은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 및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장에 대하여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를 하였다.
가)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망인의 사인으로 질식과 급성 심근경색증 모두 가능성이 있다. ① 망인의 기저질환으로 인해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질식 이후에 산소 공급이 안 되면서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수도 있고, ②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하여 심실세동 등의 부정맥이 발생하면 곧바로 음식물이 흡인되어 질식이 발생하였다고 추정해 볼 수도 있다. 질식이 발생한 경우에는 급격하게 산소포화도가 저하되나,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인해 의식이 저하되고 음식물이 흡인되어 질식이 진행되어도 산소포화도는 저하된다.
나) 반면,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각 사실조회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망인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이고,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질식이 발생했거나 질식이 심정지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은 없다. 망인의 사인을 질식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① 망인은 의식저하가 발생한 후 혈압 90/60mmHg, 맥박 57회/분, 호흡 10회/분 및 산소포화도가 50~60%로 측정되었는데, 이와 같은 호흡과 맥박, 산소포화도의 저하는 질식의 특이적 증상이 아닌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양상이고, 오히려 망인이 평소 고혈압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의 펌프기능이 급격히 저하되어 혈압과 더불어 호흡, 맥박, 산소포화도가 전반적으로 같이 저하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② 음식물 섭취로 인하여 심정지를 유발할 정도의 질식이 나타나려면 기침이 심하게 발생한 다음 심정지가 발생할 것이나, 망인은 이러한 기침을 했다는 부분이 확인되지 않는다. ③ 음식으로 완전히 기도가 막힌다고 하더라도 폐와 혈액에 산소가 남아 있으므로, 망인과 같이 음식물 섭취 후 1분 만에 급격한 의식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 ④ 큰 덩어리의 이물질로 기도가 막히는 경우에는 기침 없이 질식이 나타날 수도 있겠으나 망인의 경우 기도에서 발견된 음식물은 소량의 밥알에 불과하다. ⑤ 이러한 소량의 밥알도 망인이 의식을 잃었을 때 의료진이 하임리히법이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역류되어 폐로 유입되었을 수 있다. ⑥ 심근경색이 심하게 발생한 일부 환자에서는 망인과 같이 전조증상 없이 심근경색의 발생과 동시에 심정지가 발생한다. ⑦ 질식으로 갑자기 사망에 이르려면 기도의 완전폐쇄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기도폐색의 경우 기도가 완전히 폐쇄되어 공기가 기도를 통해 폐로 순환할 수 없기 때문에 호흡을 할 수 없게 되나, 망인은 사망 직전 호흡수가 분당 10회로 확인되고, 이는 기도의 완전폐쇄가 없었음을 반증하는 기록이다. ⑧ 망인은 좌심실을 담당하는 두 가닥의 주요 동맥인 좌전하행지, 좌회선 동맥의 대부분이 막혀있는 상태(90% 이상)여서, 심근경색이나 심정지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큰 환자였고, 부검결과에도 질식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다.
2)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9. 4. 26. 망인에 대한 부검을 시행하였는데, 부검감정서의 부검의견 요지는 ‘경부 장기와 기도 내에서 특기할 만한 소견이 보이지 않고, 심장에서 좌관상동맥의 전하행지분지와 회선분지에서 고도(90% 이상)의 석회화를 동반한 고도의 관상동맥 죽상경화증 소견이 보이며, 좌심실 벽에서 섬유화와 불규칙한 변연을 가지는 병변이 보이고, 뇌에서 뇌경색에 합당한 소견과 뇌저부 동맥에서 고도의 죽상경화증이 동반된 소견이 보이므로, 망인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료된다.’는 것이다. 또한 부검의견에는 구강이나 경부 장기, 기도 등에서 질식으로 사망하였을 특징이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3)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망인이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었고, 망인의 상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는 망인의 사인이 질식이었을 가능성과 급성 심근경색이었을 가능성을 모두 제시하고 있어 그중 어느 가능성을 채택할 것인지 여하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반면,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각 사실조회 결과는 망인의 사인이 질식이 아닌 급성 심근경색증이라는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 결과도 같은 취지이다. 더구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신청서의 감정 목적물 중 부검감정서가 포함되어 있고 감정사항 중에도 부검기록을 검토할 것이 기재되어 있음에도, 그 신청서의 첨부서류 중 부검감정서가 누락되어 있어, 부검감정서의 상세 내용에 대한 확인 및 검토가 이루어졌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4)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망인이 질식이라는 외래의 사고에 따라 상해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상해가 망인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이 원고에게 있음을 감안하여, 망인에게 질식이 발생하였고 이로써 사망하였다는 사정을 쉽게 추정함으로써 원고의 보험금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하여야 한다. 특히 원심이 근거로 삼은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배치되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사실조회 회신과 부검의견이 반증으로 제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과정에서 일부 절차상 미비점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원심이 그 견해를 채택하려면, 감정촉탁 결과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사실조회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하여 망인이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과정에서 질식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부검감정서에 질식이 발생한 경우 특징적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었고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질식 발생 여부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인지 등에 관한 각 감정기관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심리·파악하여 감정촉탁 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심리하지 않은 채 망인에게 질식이 발생하였고 질식이 망인의 사망에 원인이 되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보험금청구자의 증명책임, 감정 결과의 채택과 배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