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하다 사망한 경우 지급받게 되는 사망퇴직금은 유족의 상속재산일까, 고유재산일까? 대법원은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사망으로 지급되는 퇴직금(사망퇴직금)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족보상의 범위와 순위에 따라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했다면’ 수령권자인 유족의 고유재산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사망으로 지급되는 퇴직금(사망퇴직금)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족보상의 범위와 순위에 따라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했다면, 개별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이와 다른 내용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수령권자인 유족은 상속인으로서가 아니라 위 규정에 따라 직접 사망퇴직금을 취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퇴직금은 후불적 임금으로서의 성격과 공로보상적 성격 외에도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을 함께 가지므로, 사망퇴직금은 사망한 근로자의 생전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 외에 근로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던 유족의 생활보장과 복리향상 등을 위한 급여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재직 중 사망으로 말미암아 생활보장이 필요한 유족에게 사망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정하는 것은 사망퇴직금의 성격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단체협약은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므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지 않은 한 가급적 존중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와함께 대법원은 “사망퇴직금이 유족의 고유재산이더라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으로서의 성질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제37조 등에 따른 연 20%의 지연손해금 이율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원심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의 기간에 대해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한 것에는 잘못이 없다”면서도 “다만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측(농협은행) 입장에서는 사망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했다고 보이므로 원심이 원심판결 선고일까지의 기간에 대해도 근로기준법이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한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기간에 대해서는 망인과 체결한 근로계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파기자판했다. 농협은행에서 근로자로 일하던 A 씨는 2012년 4월 사망했다. 농협은행은 A 씨의 채권자이자 사용자로서 지위를 겸유하고 있고, 농협생명보험과 한국씨티은행은 A 씨의 채권자이다. 농협은행의 단체협약과 퇴직금 규정은 ‘사망으로 인한 퇴직자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의해 유족에게 지급한다’고 정하고, ‘사망으로 인한 퇴직 시 퇴직금을 증액하여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특례조항을 두고 있다. 특례조항에 따른 A 씨의 퇴직금은 세후 1억868만여 원이었다.
A 씨의 배우자인 B 씨와 자녀인 C 씨 등은 사망퇴직금 청구권을 상속재산목록에 포함시켜 한정승인심판을 청구해 수리심판을 받았다. 이후 사망퇴직금 청구권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에서 농협은행은 사망퇴직금 중 2분의 1에 해당하는 5430여만 원을 공탁했고, 채권자인 피고들은 공탁된 사망퇴직금에 대해 집행절차에서 안분배당을 받았다.
B 씨와 그 자녀들은 “사망퇴직금 청구권 전부가 상속인인 자신들의 고유재산”이라며 농협은행에 퇴직금 지급을 구하는 한편, 피고들에게는 배당된 부분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B 씨에 대해서는 일부승소, C 씨 등에 대해서는 전부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B 씨에 대해서는 일부승소, C 씨 등에 대해서는 전부패소 판결했다.
박수연 기자 2023-12-14 0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