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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보험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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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회생법상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배청구권'은 비면책채권 중 하나
다만, 이 사건에선 '중대한 과실'로 인정 안 돼

 

중앙선을 침범하는 교통사고로 사망 등 사고를 낸 운전자가 나중에 법원에 파산·면책 신청을 해 면책 결정이 확정된 경우,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한 보험사의 채권이 면책 대상 채권자 목록에 포함됐다면 면책을 받을 수 있을까.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상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비면책채권으로 규정돼 있는데, 대법원은 이때 '중대한 과실'을 행했는지 여부를 개별 사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선 1차로로 주행하던 중 차로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려다가 중앙선을 침범하게 된 것이고,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하지도 않은 등 사정을 고려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5월 17일 재단법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A 씨를 상대로 낸 양수금 소송(2023다30827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운전자 A 씨는 1997년 1월 오전 10시 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고가도로의 편도 3차로 중 1차로 진행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오던 피해 차량을 충격하는 사고를 냈다.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3명 중 1명은 사망했고 2명은 중상을 입었다. B 보험사는 피해자들에게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에 따른 보상금 4500여만 원을 지급한 뒤 A 씨를 상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소송을 냈고, A 씨는 2002년 6월 이 청구를 인낙했다. B 사는 소멸시효 중단과 연장을 위해 A 씨를 상대로 다시 소를 제기했고 2012년 9월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A 씨는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해 법원에서 2015년 6월 면책 결정이 확정됐는데, A 씨가 제출한 채권자 목록에 B사의 이 사건 채권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B 사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양수하고, A 씨를 상대로 양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은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 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4호에서 규정한 비면책채권인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4호에서 '중대한 과실'이란 채무자가 어떠한 행위를 할 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쉽게 예상 가능한데도 그러한 행위를 계속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쉽게 회피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뜻한다"며 "이때 채무자에게 채무자회생법상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사고가 발생한 경위, 주의의무 위반의 원인 및 내용 등과 같이 주의의무 위반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시 A 씨는 고가도로 1차로로 주행하던 중 차로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려다가 중앙선을 침범하게 된 것이고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하지도 않았으며 △피해자들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정은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중한 정도'에 관한 것으로서 채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박수연 기자 2024-06-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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