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도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파트너 변호사여도 로펌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주요 경영 사항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면 근로자에 해당돼 과로사한 경우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숨진 변호사 A 씨의 배우자 B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2022구합82813)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 변호사는 1998년부터 판사로 재직하다가 2016년 대형로펌에 입사해 2018년부터 조세팀 공동팀장을 맡아왔다. A 변호사는 2020년 6월 광주고법 재판정에서 변론하던 중 법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출혈로 사망했다. 이에 B 씨는 공단 측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공단 측은 A 변호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변호사는 법인의 인사, 마케팅, 예산 집행 등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에 속한 적이 없고 오히려 운영위에서 지정한 업무를 수행했으며 △로펌이 정한 사무실로 출근하고 휴가와 출장, 사건 수임 등에 있어서도 내부 규정을 준수했고 △근무 내용을 매일 타임시트를 통해 입력했는데 이는 로펌이 근무상황을 관리하는 자료였을 뿐 아니라 △로펌에서 매달 급여를 받고 근로소득세도 납부했으며 근로자로서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도 가입했던 점 등을 근거로 A 변호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비록 법인으로부터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전문적인 지적 활동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변호사 업무 특성에 기인하는 것일 뿐 A 변호사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법원은 근로 시간을 바탕으로 과로도 인정하고 과로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발병 전 A 변호사의 주간 업무시간은 약 59시간,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약 56시간으로 상당히 과로했다"며 "당초 1심과 항소심에서 승소했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패소 취지로 파기되고, 항소심 판결 선고를 앞둔 단계에서 중요 사건에서 배제되는 등 업무와 관련된 여러 부정적인 상황을 연달아 겪으면서 큰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사들의 관심이 쏠린 사건까지 항소심 변론 종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 사건마저 패소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 속에서 마지막까지 승소를 위한 논리와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과로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