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근로자가 업무 중 사망했더라도 국내 본사의 업무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4월 26일 업무 중 사망한 해외 파견 근로자 A 씨의 배우자 B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2023구합62564).
C 사에 소속된 A 씨는 2019년부터 중국 현지법인에 근무했는데 2020년 7월경 근무 도중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2시간 만에 사망했다. A 씨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이었다.
A 씨의 배우자 B 씨는 2020년 10월 A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듬해 4월 “심근경색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A 씨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해외파견자 임의가입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A 씨에 대해 해외파견자 임의가입을 신청한 사실도 없다”며 부지급 결정을 했다.
이에 불복한 B 씨는 공단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는 기각 판결을 선고했고 2022년 12월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B 씨는 재차 A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다시 청구했으나 같은 결정을 받게 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B 씨는 “배우자 A 씨의 근로 장소가 중국일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 사업에 속해 회사의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봐야 한다”며 산재보험법 적용대상에 해당하므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실질적으로 국내 사업에 소속해 C 사의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보기 어려워 산재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본사가 A 씨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는 구체적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C 사는 A 씨가 중국에서 근무하는 기간 동안 A 씨와 연봉계약을 체결했고, A 씨에게 복지포인트 현금정산분 등을 지급했으며 중국 현지법인의 근무기간을 C 사의 근무기간으로 인정하기는 했다”며 “이는 모회사인 C 사에 근무하는 직원과 자회사인 중국 현지법인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급여나 복지혜택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 직원들을 중국 근무를 촉진하려는 정책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