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사고로 피해자의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게 돼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트랙터를 이동할 의사를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 단독재판부로 돌려보낸 원심을 확정했다(2023노1623). 대법원 판단에 따라 이 사건은 1심부터 다시 재판하게 됐다.
A 씨는 자신이 소유한 논에서 B 씨로부터 트랙터 조작 및 운전 방식을 배우던 도중 뒤쪽에 대기하던 B 씨를 미처 보지 못하고, 트랙터를 운전하다가 트랙터 회전 날(로터리 날)에 B 씨의 다리가 끼이게 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B 씨는 오른쪽 다리를 허벅지까지 절단하게 됐다.
1심에서는 A 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A 씨가 운전한 트랙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는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는 차의 운전자가 교통으로 사고를 냈을 때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같은 1심 판결을 파기했다. 항소심은 A 씨가 트랙터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로터리 작업 중 사고가 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고 발생 직전에 A 씨는 로터리 작업을 위해 트랙터의 로터리 날을 내린 다음 회전시킨 것이고, 단순히 트랙터를 이동시키는 과정이었다면 로터리 날을 내리거나 회전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적용해 B 씨의 처벌불원 의사를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한 1심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A 씨가 트랙터를 이동할 의사를 가지고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로터리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냈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볼 수 없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공소 기각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수현 기자 2024-10-16 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