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대법원, 원고승소 원심 확정
도로가 아닌 곳에서 벌어진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 행위 등에 대해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이를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경북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2018두42771)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16년 8월 오후 10시께 모 아파트 B동 앞에서 C씨가 차량을 후진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자 그 차를 운전해 사고지점부터 약 30m 떨어진 이 아파트 경비초소 앞까지 차량을 이동시켰다. 이후 C씨가 낸 사고 때문에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고, A씨는 파출소로 임의동행돼 그 곳에서 같은 날 오후 11시께부터 약 30분간 경찰로부터 음주측정 요구를 받았지만 자신은 음주운전한 사실이 없다면서 거부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2017년 2월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동차운전면허(제1종 보통)를 2017년 3월 26일자로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운전한 장소가 도로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운전한 B동 앞 주차구획선 사이의 통로와 경비초소 앞 부분은 B동과 D동 거주민이나 관련 방문객의 주차 또는 통행을 위해 이용되는 장소로 보일 뿐이고 이를 일반교통의 통행에 사용되는 장소인 도로로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가 운전한 장소가 아파트 단지 내로서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운전면허 취소·정지의 근거 규정인 도로교통법 제93조상 도로 외의 곳에서의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만 가능하고 따로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은 부과할 수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