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1다70092
대법원, "전방주시 등 의무 다 못해... 과실상계해야"
중앙선을 넘어온 승용차와 충돌했더라도 운전면허없이 주취상태에서 전조등을 켜지 않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면 오토바이 운전자도 손해 발생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중앙선 침범 사고의 경우에도 피해자에 대한 과실 상계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裵淇源 대법관)는 2일 제일화재(주)가 최모씨(24)등 4명을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 상고심(2001다70092)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방주시의무와 방어운전의무를 다하였다면 승용차의 전조등 불빛에 의해 이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개시할 때 이를 충분히 발견하고 제동조치 등을 취함으로써 충돌사고를 방지하거나 적어도 피해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운전면허없이 주취상태에서 전방주시를 태만히 한 채 시속 70㎞의 속도로 진행하다가 이 승용차를 전방 3m 전방에서 뒤늦게 발견함으로써 사고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피해 정도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교통사고는 중앙선을 침범하여 좌회전한 승용차 운전자의 과실에 야간에 오토바이 전조등을 켜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음주, 무면허 상태에서 전방주시등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손해가 확대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 원고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 정도에 상응하는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반해 원심 재판부는 "중앙선이 설치된 도로를 자기 차로를 따라 운행하는 운전자로서는 마주 오는 차량도 자기 차로를 지켜 운행하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상대방 차량의 비정상적인 운행을 예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대방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며 "가사 피고가 전조등이 고장난 오토바이를 혈중 알콜농도 미상의 주취상태로 면허없이 운행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다.
제일화재는 지난 98년7월 피보험자 김모씨가 프린스 승용차를 몰고 가다 불법 좌회전을 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 반대차선에서 오던 최씨의 오토바이와 충돌해 오토바이에 동승한 이모씨가 사망하자 1억2천1백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오토바이 운전자 최씨도 방어운전 등 주의의무를 소홀히한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