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2다28684
대법원 "시동 끈 상태… 운전해당 안돼"
목포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2009년 1월 숙부로부터 쏘렌토 차량을 빌려 목포시 상동 근처를 운전하다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차를 세운 뒤 운전석 문을 열었다. 때마침 고모씨가 차량 왼쪽으로 소형 오토바이를 몰고 지나가다 박씨가 연 문에 떠밀려 넘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박씨의 숙부는 쏘렌토 차량에 대해 현대해상과 자동차종합보험을, 박씨는 동부화재와 개인용자동차보험계약을 각각 체결한 상태였다.
고씨의 유족들이 박씨와 현대해상, 동부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내자 현대해상은 "고씨의 사망은 기명 피보험자 이외의 자가 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한 것이어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고, 박씨의 운전중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동부화재는 "박씨가 정차된 차량의 문을 연 행위는 운전이 아니므로 배상책임이 없다"고 각각 주장했다. 결국 박씨가 차문을 연 행위가 '운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보험회사가 달라지는 셈이었다.
법원은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고씨의 유족 4명이 가해자 박모씨와 차량 소유주의 보험회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 박씨의 보험사인 ㈜동부화재해상보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28684)에서 "박씨와 현대해상은 5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주차를 마치고 열쇠를 뽑아 시동을 완전히 끈 상태에서 하차하기 위해 문을 연 행위가 '운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피고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중 배상책임자가 결정된다"며 "도로교통법에서의 '운전'은 자동차의 원동기를 사용하는 고의의 운전행위로써 엔진의 시동뿐만 아니라 발진조작의 완료까지 요하는 것이므로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의 개념보다는 좁은 개념으로 해석되고, 따라서 박씨의 행위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아 차량 소유주의 보험자인 현대해상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동부화재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금이 너무 높게 책정됐으므로 손해액을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