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2011가합2230
울산지법 "몸 불편해 돈 못 벌어도 노동능력 부정 안돼"
장애로 인해 현재 돈을 벌지 못하고 있더라도 일실수입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장애인에 대한 손해배상에서도 일실수입을 배상액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간질장애 2급인 서모(45)씨는 2006년 10월부터 2008녀 5월까지 경주시 A보호소에서 요양했다. 서씨는 간질 발작을 막기 위해 하루 2번씩 투약해야 한다. 그러나 간호사 김모(45)씨는 4일간이나 투약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약을 제때 먹지 못한 서씨는 1시간이 넘게 발작을 하다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6일 뒤 가까스로 깨어났지만 후유증이 심해 오른쪽 팔과 다리에 마비증세가 왔다. 서씨와 서씨의 보호자인 여동생은 간호사와 보호소를 상대로 "7억5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보호소 측은 "서씨가 사고로 상태가 악화하기 전에도 노동능력이 없어 돈을 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일실수입을 따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법 민사5부(재판장 김원수 부장판사)는 18일 서씨와 서씨의 여동생이 A요양보호소 원장 손모(63)씨와 간호사 김모(45)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1가합2230)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장 손씨와 간호사 김씨는 요양보호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업무를 맡고도 항간질약을 제때 복용하게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서씨에게 1억7000여만원을, 서씨의 여동생에게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실수입은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해 가동능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실한 데 대한 평가 산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서씨가 간질중첩 이전에도 장애인으로서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았고 종사할 개연성이 없었다고 해서 일실수입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