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도착전 사망땐 보험사에 대항 못해
보험계약자가 수익자를 변경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뒤 서류 수정을 위해 보험회사에 냈던 관련 문건을 돌려받은 상태였다면, 이는 변경통지를 철회한 것으로 봐야하므로 보험사는 당초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정모씨가 "사실혼 남편인 A씨가 죽기 직전 생명보험 수익자를 변경했으므로 나한테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ING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2014나35596)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소송에 독립당사자로 참가한 법률혼 부인에게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보험수익자 지정·변경의 효력이 발생하지만 보험금 이중지급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수익자의 지정·변경에 대해 보험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보험사에 이를 통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계약자인 A씨를 대리한 보험설계사가 서류 수정을 위해 보험사에 냈던 보험수익자 변경신청서를 돌려받아간 것은 보험수익자 변경 통지를 스스로 철회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보험수익자 변경에 대해 보험사를 상대로 대항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보험수익자를 정씨로 변경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변경신청서를 작성해 정씨와 기존 보험수익자였던 법률혼 부인간에는 보험수익자 변경 효력이 일단 발생했으므로, 정씨가 이들에 대해 보험금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씨와 사실혼 관계로 함께 살아 온 A씨는 지난 2013년 7월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법률혼 관계의 부인 이름으로 돼 있던 기존의 보험수익자 명의를 정씨 앞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A씨는 보험설계사에게 이 같은 의사를 밝히고 변경신청서를 대리 접수하게 했다. 그러나 보험회사 측은 서류에 일부 잘못 기재된 부분이 있어 수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A씨를 대리한 보험설계사는 별다른 이의 없이 변경신청서를 되돌려 받아 김씨의 수정을 받은 뒤 다시 접수했다. 그러나 수정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접수하기 몇시간 전에 A씨가 간염으로 사망하면서 정씨와 보험사 간에 분쟁이 벌어졌고, 정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