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도 20% 책임
보호장구 없이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사망했다면 사망자에게도 20%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단독 양우진 판사는 최근 A씨(사고 당시 59세)의 유족들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단5201446)에서 "삼성화재는 1억4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2018년 6월 오전 6시 20분께 A씨는 경기도 시흥시의 한 사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다 B씨가 운전하던 화물차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흘 뒤 사망했다. A씨는 중국 국적자로, 사고 당시 재외동포(F-2) 체류자격을 얻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었다. A씨 유족들은 B씨 차량의 보험사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양 판사는 "B씨의 차량 운행으로 A씨가 사망했으니 삼성화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다만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자전거를 끌고 보행해 건너야 하는데, A씨는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넌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잘못이 사고 확대에 기여했으므로 이를 참작해 A씨의 과실을 20%, 삼성화재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족 일부승소 판결
한편 재판부는 'A씨가 2019년 6월 29일까지 체류허가를 받았으며 이후 체류연장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A씨의 가동연한은 60세'라고 주장한 삼성화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했다.
양 판사는 "'재외동포 자격의 취업활동 제한범위 고시'에 따라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재활용품수거원 등 단순노무행위를 하는 취업활동이 제한되는데, A씨가 고물을 취급하는 업체에 근무했다고 해서 그가 국내에서 행한 업무가 해당 고시상의 단순노무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나 출입국관리법 등 법령 위반을 하지 않는 한 계속 체류기간의 연장이 가능하다"면서 "A씨는 2007년 8월 최초 입국 이후 중국으로 출입국을 반복하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국내에 거주해왔으며 A씨의 유가족들도 F-4 체류자격을 취득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어 A씨 역시 이들과 계속해서 국내에 체류할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 사고가 없었더라면 A씨가 체류기간을 연장해 계속 한국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