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9다68835
대법원, 원고패소 원심확정
후행차량 운전자의 전방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사고차량을 도로에 그대로 방치한 것이 원인이 됐다면 '자기신체사고'에 해당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자기신체사고'란 자기차량 운전 중 과실로 차주나 운전자, 부모, 배우자, 자녀가 교통사고 상해 등의 손해를 입은 경우 보험사가 이를 보상하는 일종의 상해보험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L보험사가 최모(51)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상고심(2009다6883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동차보험계약상 자기신체사고로 규정된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었을 때'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던 중 그 자동차에 기인해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불법 주정차와 후행차량에 의한 사고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피보험자동차의 소유·사용·관리 중에 그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서 자동차보험계약이 정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남편 정씨의 화물차에 동승해 가다 화물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진행차로에 정차하게 되자 하차해 반대차로 갓길에 서서 수신호로 후행차량을 유도하던 중 화물차를 뒤늦게 발견한 후행차량에 부딪쳐 우슬관절부 절단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사고의 발생원인, 과정 및 결과, 사고 당시 운전자인 정씨와 화물차 사이의 시간 및 장소적 접근성, 화물차의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이 사고는 정씨가 화물차를 용법에 따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사고로 보험약관 소정의 자기신체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지난 2007년12월 남편과 함께 화물차를 타고 가던 중 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남편이 차를 살피는 동안 갓길에서 후행차량에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차량과 최씨의 수신호를 뒤늦게 발견한 황모씨는 갓길에 서있던 최씨를 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최씨는 무릎관절부위를 절단하는 큰 상해를 입었다. 최씨는 아들이 '자기신체사고보험'을 계약한 L보험사에 보험금지급을 요청했지만 보험사측은 "황씨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일 뿐 정씨의 화물차가 일으킨 사고가 아니므로 '자기신체사고보험금'지급채무가 없다"며 최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2심은 "화물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입었더라도 차를 우측 가장자리에 정차시킨 뒤 사고를 수습했어야 함에도 그대로 방치해 사고가 유발됐다"며 "화물차의 운행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