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자)
【판시사항】
가. 자동차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대한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합의금액의 절충을 시도한 경우 채무자에 의한 채무승인의 효과가 생기는지 여부(적극)
나. 피해자가 일용노동능력의 90퍼센트를 상실하고 고위의 뇌기능장애 등으로 개호없이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여명의 단축이 없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 채증법칙위배 내지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손해배상채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에서 손해배상채권자들에게 자동차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합의금액의 절충을 시도한 경우, 위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를 위한 포괄적 대리권이 있다고 해석되고 채무자의 대리인인 보험회사가 채권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하였다고 할 것이니 그 승인의 효과는 채무자에게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의 진행은 위 승인시에 중단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원고가 사고로 인하여 일용노동능력의 약 90%를 상실하고 그 장애내용이 언어활동의 불가능, 고위의 뇌기능장애 그리고 사지의 경직성마비 때문에 타인의 개호 없이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활동, 즉 식사, 배변, 착탈의, 이동 등을 할 수 없어 개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정도의 용태라고 한다면 그 용태의 호전이 예상되어 이를 전제로 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건강한 사람과 같은 여명을 누리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에 맞는 판단이라고 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이 여명의 단축이 없다고 하는 서울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를 취신하려면 원고의 신체장애내용이 앞으로 호전될 가망이 있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그와 같은 신체장애에도 불구하고 평균인과 같은 여명을 누릴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이유의 설명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그에 이르지 아니한 채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지는 위 감정촉탁결과만을 채택하고 이와 반대되는 다른 감정인들의 각 감정결과를 배척한 조치는 채증법칙위배 내지는 이유불비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참조조문】
가.
민법 제168조,
제750조
나.
민법 제763조,
제393조,
민사소송법 제187조
【참조판례】
나.
대법원 1971.2.9. 선고 70다2866 판결(집19(1)민79),
1982.11.23. 선고 82다카1079 판결(공1983,207),
1990.2.27. 선고 89다카26809 판결(공1990,772)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김진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병덕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9.6.1. 선고 89나477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이 피고 패소부분 중 원고 1에 대한 재산상 손해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 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부분의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고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뒤에 소를 제기하였으니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위 항변을 배척한 제1심판결을 인용하였다. 즉 제1심은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소제기일임이 기록상 명백한 1987.6.5.로부터 3년을 소급한 시점 이전에 벌써 원고 1의 법정대리인인 원고 2, 3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인정되는 바이지만, 한편 피고가 가입한 한국자동차보험약관에는 보험사고 발생시 위 보험회사가 손해액의 감경을 위해서 사건 해결에 직접 임할 수 있고, 피해자측의 동의와 피보험자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피해자와의 절충, 합의, 중재 또는 소송절차를 대행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어서,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위 보험회사에서 원고들에게 1983.9.3.부터 1986.8.27.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쳐 손해배상의 일부로 금 5,303,340원을 지급하였는가 하면, 1987.2.경까지도 원고들과 합의를 시도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보험회사는 보험사고 발생시 그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보험가입자를 위한 포괄적 대리권이 있다고 해석되고, 그러한 대리권을 갖는 위 보험회사에서 원고들에게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합의금액의 절충을 시도함으로써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하였다고 할 것이니 그 승인의 효과는 피고에게 미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의 진행은 이 승인시에 중단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의 인정사실관계에서라면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그 과정에 소론과 같은 대리 및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의 원고들의 과실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한 원심의 조치도 상당하고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의 서울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여 원고 1은 이 사건 사고로 뇌기능장애, 대화장애 및 사지의 경직성마비 등 중증의 뇌손상후유증이 남아 있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여명기간동안 내내 개호인의 개호가 필요한바, 그 개호인으로는 원고 1이 15세가 되기까지는 성인여자 1명, 그 이후는 성인남자 1명이 적절하다고 인정하면서, 그 여명기간에 대하여서는 한국인의 간이생명표를 기초로 한 연령별 기대여명에 따라 이 사건 사고당시 6세 1월 남짓인 원고 1의 여명이 평균인과 같은 59.38년이라고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원고 1의 손해액을 산정하는 한편, 원고 1은 위와 같은 후유장애로 말미암아 그 여명이 평균인 보다 많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그에 부합하는 제1심 감정인 충남대학교병원 김윤의 신체감정결과와 제1심의 카톨릭의대 대전성모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는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하여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심이 원고 1의 여명에 대하여 그 단축이 없다고 인정하면서 채택한 서울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 1의 상해부위와 장애내용에 관하여, 교통사고로 뇌손상 및 대퇴골, 주관절 골절을 입고, 뇌수술을 실시하였으며, 이학적 및 신경학적 검사상 중증의 뇌손상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바, 첫째, 대화장애로서 구음 및 조음의 현저한 장애로 언어상징을 일부 이해할 수 있으나 일상생활의 언어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임. 둘째, 고위뇌기능의 장애로서 지남력, 이해력, 기억력, 판단력, 통찰력 등의 현저한 장애를 남기고 있어 일상생활에서 부분적인 감독과 지시를 필요로 함. 셋째, 사지의 경직성마비의 결과로 손발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없고, 우측상지의 불수의적 진전운동이 나타나고, 섬세한 손가락운동은 전혀 불가능한 상태이며, 하지의 경직성마비로 인하여 혼자 기립할 수 없고 보행이 불가능함. 누워서 뒤집고 겨우 일어나 앉을 수 있음. 하지장보조기를 착용하고 기립자세 유지 및 한 두발자국을 부축받아 떼고 있을 정도임. 넷째, 이상의 장애내용에 따라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활동 즉 식사, 배뇨, 배변, 착탈의, 이동 등에 타인의 개호를 필요로 하는 상태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로 인하여 일용노동능력의 약 90퍼센트를 상실하였다고 감정하는 한편 원고 1의 수명에 대한 견해로서, 컴퓨터 뇌단층촬영, 시각, 청각, 체성감각 유발전위검사 및 신경학적 검사상 호흡, 심장활동, 배뇨, 배변 등 자율신경계통에 이상소견이 없으며, 뇌간기능이 정상적이어서 여명단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발견되고 있지 않으므로 정상적인 여명을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감정촉탁결과는 그 타당성의 점에 의문이 있다. 원고 최준의 장애내용이 언어활동의 불가능, 고위의 뇌기능장애 그리고 사지의 경직성마비때문에 타인의 개호 없이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활동, 즉 식사, 배변, 착탈의, 이동 등을 할 수 없어 개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정도의 용태라고 한다면 그 용태의 호전이 예상되어 이를 전제로 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건강한 사람과 같은 여명을 누리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에 맞는 판단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 당원 1982.11.23. 선고 82다카1079 판결; 1989.5.9. 선고 88다카23193 판결 참조).
따라서 자율신경계통에 이상소견이 없고, 뇌간기능이 정상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평균인과 같은 여명이 기대된다고 하는 것은 독자적인 견해표명에 불과한 것으로서 타당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원심이 합리적인 이유의 설시도 없이 배척하고 있는 제1심 감정인 김윤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원고 1의 장애내용으로 뇌손상중증의 후유증을 남기고 있어, 언어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지남력, 이해력, 기억력, 판단력 등에 현저한 장애를 보여 일상생활의 전반적인 지시 및 감독을 필요로 하고 있고, 사지의 경직성마비의 결과 손과 발에 자유로운 활동의 부재 및 불수의적 진전운동이 있어 일상생활의 영위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이며, 하지의 마비로 인하여 보행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인정하고, 여명에 관하여는 심각한 뇌손상후유증으로 인하여 전혀 독자적인 일상생활 영위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이러한 상태하에서는 여명단축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그 단축기간에 대하여 정확히 판정할 수는 없고, 학자들이 발표한 참고자료에 의하면 중증뇌손상을 받을 경우 여명의 단축이 있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고, 원고 1의 경우, 적절하고도 적극적인 재활치료로 효과를 기대한다면 장애자체의 호전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겠으나 여명의 연장은 가능할 수 있다고 감정하고 있고, 또한 제1심의 카톨릭의대 대전성모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진결과에 의하면, 문헌상으로 중증두부손상후 5년내 사망율은 76.1 내지 97.7퍼센트, 7년내 사망율은 91퍼센트, 10년내 사망율은 100퍼센트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원고 1의 상태로 미루어 보아 향후 예상여명은 최대기간으로 추정해도 6년 정도일 것이라고 감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감정결과에 비추어 볼 때 원고 1에 대한 여명의 단축을 부인한 감정결과의 타당성은 더욱 의문이 짙은 것이다.
결국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위 원고의 현재의 건강상태 아래에서는 평균인과 같은 여명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만큼 여명의 단축이 없다고 하는 신체감정촉탁결과를 취신하려면 위 인정의 신체장애내용이 앞으로 호전될 가망이 있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그와 같은 신체장애에도 불구하고 평균인과 같은 여명을 누릴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이유의 설명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그에 이르지 아니한 채 만연히 반대되는 증거자료를 배척하고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지는 감정결과만을 채택한 원심의 조치는 채증법칙위배 내지는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 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제2항에 해당되어 논지는 이유있음에 돌아간다.
이에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원고 1에 대한 재산상손해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상고기각부분에 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