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26075, 판결]
【판시사항】
[1]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인 '피보험자 등의 고의에 의한 사고'에서의 '고의'의 의미와 그 입증 방법 및 보험사고의 발생에 복수의 원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 중 하나가 피보험자 등의 고의행위임을 주장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한 요건
[2] 자신이 유발한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동승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동승자에 대한 수혈을 거부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수혈거부가 사망의 유일하거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 수혈거부행위가 사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었다는 점만으로는 보험회사가 보험금의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 등의 고의에 의한 사고'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여기에서의 '고의'라 함은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내심의 의사는 이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사실관계의 연결상태를 논리와 경험칙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지만, 보험사고의 발생에 기여한 복수의 원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 중 하나가 피보험자 등의 고의행위임을 주장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하여는 그 행위가 단순히 공동원인의 하나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피보험자 등의 고의행위가 보험사고 발생의 유일하거나 결정적 원인이었음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2] 자신이 유발한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은 동승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동승자에 대한 수혈을 거부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수혈거부가 사망의 유일하거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 수혈거부행위가 사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었다는 점만으로는 보험회사가 보험금의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제739조
[2]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제739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67020 판결(공2001상, 847)
【전문】
【원고,상고인】
【피고,피상고인】
제일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3. 4. 11. 선고 2002나5283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졸음운전으로 이 사건 사고를 유발하였고 이로 인하여 망인이 다발성 양측 늑골골절 등의 중상해를 입고 많은 피를 흘려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어서 긴급히 수혈이 필요하다는 담당의사의 권유를 받고도 수혈을 거부하면서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받을 수 없으니 사망하여도 관계없다는 승낙서를 작성한 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상해가 중하고 치명적이라 할지라도 병원에 도착하였을 당시 망인이 살아 있었으므로 망인의 보호자인 원고로서는 망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모두 시도해 보아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수술의 전제조건인 수혈을 거부하여 담당의사가 다른 외과적 수술을 하지 못하고 심장 마사지와 약물투여만 하였을 뿐 효과적인 치료를 하지 못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된 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상해가 치명적이어서 망인에게 1,600㏄ 가량의 피를 수혈하였다 할지라도 바로 생존을 보장할 수는 없었을지 몰라도 그 당시 망인이 과다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 혈복강 등의 증상이 있었으므로 당시 의료기술상 최선의 치료방법은 수혈이었으며 수혈을 하지 않으면 외과적 수술을 할 수 없어 실혈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게 되고 결국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었던 점, 그 당시 원고가 유발한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망인의 상태가 과다출혈로 인한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긴박한 상황이었으므로 원고가 종교적인 신념에서 의사가 권유하는 수혈을 거부하면 망인이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망하여도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위 승낙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망인이 수혈을 받더라도 사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혈거부가 사망의 유일하거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당시 수혈이 망인의 치료에 꼭 필요한 것이었고 수혈이 되지 않아 더 이상의 적절한 치료를 시도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수혈을 거부한 것이 사망에 이르게 한 중요한 원인의 하나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에 대하여 원고에게 미필적이나마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원심 판시의 각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의무를 면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 등의 고의에 의한 사고'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여기에서의 '고의'라 함은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내심의 의사는 이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사실관계의 연결상태를 논리와 경험칙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지만, 보험사고의 발생에 기여한 복수의 원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 중 하나가 피보험자 등의 고의행위임을 주장하여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하여는 그 행위가 단순히 공동원인의 하나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피보험자 등의 고의행위가 보험사고 발생의 유일하거나 결정적 원인이었음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인정하는 것처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상해가 중하여 망인에게 1,600㏄ 가량의 피를 수혈하였다 할지라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고 따라서 수혈거부가 사망의 유일하거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 원고의 수혈거부행위가 사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었다는 점만으로는 피고들이 그 보험금의 지급책임을 면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의 수혈거부행위가 사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만으로 피고들의 면책항변을 받아들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인위적 행위로 인한 면책조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윤재식 강신욱(주심) 고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