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판시사항】
[1]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사고가 생긴 경우, 보험자의 면책 여부(적극)
[2]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자살의 의미 및 여기에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망의 경우가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3] 부부싸움 중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져 사망한 경우, 위 사고는 보험약관상 보험자의 면책사유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732조의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르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도 피보험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사고가 생긴 경우에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인바, 이는 피보험자가 고의에 의하여 보험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보험계약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한다면 보험계약이 보험금 취득 등 부당한 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한다.
[3] 부부싸움 중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져 사망한 경우, 위 사고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제한된 상태에서 망인이 추락함으로써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게 된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약관상 보험자의 면책사유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2]
[3]
【참조판례】
[2]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49012 판결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대한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현 담당변호사 이두성)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5. 8. 12. 선고 2004나7268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주계약과 재해사망특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계약의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사망한 경우에는 1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되, 보험계약일로부터 만 2년이 경과되기 전에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하면 3,000만 원을 지급하고, 재해사망특약의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교통재해 이외의 재해를 원인으로 사망하면 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게 되어 있고, 다만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정, 이 사건 보험약관에는 ‘재해’라 함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재해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한다고 되어 있고, 위 재해분류표에는 ‘추락’이 분류항목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는 사정을 알 수 있다.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732조의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르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도 피보험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사고가 생긴 경우에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인바, 이는 피보험자가 고의에 의하여 보험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보험계약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한다면 보험계약이 보험금 취득 등 부당한 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한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제한된 상태에서 망인이 추락함으로써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게 된 우발적인 사고로서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나 ‘의도적인 자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보험약관상의 재해에 해당하는바, 원심이 이와는 다른 이유를 들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사고가 보험약관상의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는 이 사건 보험약관의 해석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남편에 대한 재정보증 내지 경제적 문제로 남편뿐만 아니라 시댁, 친정과 계속 갈등을 겪어 왔을 뿐만 아니라, 세 자녀를 돌보면서 남편의 회사업무도 돕는 등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오기도 했고, 출산 후 이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 불과 1년 만에 충수절제술을 받고 각종 병명으로 병원에 오가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쇠약해져 있었던 사정, 이 사건 당일 남편인 원고 1이 술에 취하여 귀가하였다가 망인이 손위 동서(원고 1의 형수)와 전화를 하면서 원고 1에 대한 재정보증문제로 언쟁을 하는 것을 보고 망인에게 전화기를 던지고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수회 뺨을 때리자 망인도 흥분하여 텔레비전을 넘어뜨리는 등으로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한 사정, 원고 1이 함께 죽어버리자고 하면서 망인의 멱살을 잡고 베란다 난간으로 끌고 가서 망인의 상체를 베란다 밖으로 밀고, 자녀들은 망인이 떨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잡고 울면서 원고 1에게 애원을 하여 만류하는 상황에서, 원고 1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베란다를 떠나 거실로 가는 순간, 망인이 베란다 밖으로 뛰어 내린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위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망인은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인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발생할 사망의 결과와 그로 인한 가족들 및 주변 상황의 변화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거나 예측하지도 못한 채 극도로 모멸스럽고 격분된 순간을 벗어날 방편으로 베란다에서 뛰어 내림으로써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이 이 사건 보험약관상의 면책예외사유에 해당하여 피고가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위 보험약관상의 면책사유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박재윤 김영란(주심) 김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