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23922
중앙지법, 퇴적물 제거 등 배수관리의무 소홀 인정
"부실하게 설치한 중앙분리대도 제구실 못해"
부실한 중앙분리대와 관리소홀로 인해 도로에 물이 고여 사고가 커졌다면 택시 운전자가 다소 과속했더라도 국가가 사고에 6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최진수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사망한 승객 3명과 중앙분리대 및 차량 2대의 파손으로 5억2,000여만원을 배상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국가가 도로관리를 소홀했으니 3억6,45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08가합23922)에서 “3억1,2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택시조합측은 배상한 5억2,000여만원에서 택시측의 과실을 30% 인정해 이를 공제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별로 많지 않은 강수·강설량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양의 물고임 현상이 발생한 것은 국가측이 사고지점의 배수구에 임의로 설치한 철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철망이 설치돼 있다면 국가는 더욱 퇴적물들을 제거·청소·점검 등의 관리를 통해 물고임 현상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또한 사고지점 중앙분리대는 물·모래 등이 채워져 있지 않은 채 거의 비어 있는 플라스틱통에 불과해 사고발생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국가는 중앙분리대가 기능에 맞게 반대차선으로 차량이 넘어가는 것을 실질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거나 그 충격흡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아 도로설치·관리상에 하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고 당시 날씨가 흐린 상태에서 박무·결빙현상까지 발생해 시야가 불량했고 도로교통법시행규칙에 따르면 비 , 눈, 안개 등으로 인한 악천후 시에는 최고속도의 20%를 감속해야 함에도 70km로 운전해 다소 과속한 것으로 보인다”며 “눈비가 내린 직후의 겨울철 야간이어서 충분히 감속하고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점에 비춰 국가의 과실은 60% 정도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경, 43번 국도에서 택시와 승용차 사이에 사고가 발생해 택시운전자를 포함해 4명이 사망했다. 택시는 물이 고여 있는 약 25m 부분을 통과하면서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충돌해 반대편으로 넘어가 반대편에서 오던 승용차의 앞 부분과 충돌했다. 이에 손해를 배상한 전국택시연합회는 국가를 상대로 도로관리 소홀을 이유로 구상금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