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8도2254
트랙터 추월하려다 넘어진 오토바이 운전자 트랙터에 치여 사망… 책임 못물어
운전자에게는 오토바이가 추월할 것까지 예상하며 운전해야할 주의의무가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트랙터 운전자인 최모(53)씨는 2006년5월 저녁 도로를 시속 19km로 우회전하고 있었다. 때마침 트랙터 오른편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오토바이 운전자 권모(당시 45세)씨가 도로에 쓰러졌지만 최씨는 권씨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결국 권씨는 머리부분을 크게 다쳐 사망했다. 1심은 최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최씨의 차량은 13m가 넘고 8.5톤급 대형차량으로 운전에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며 “오토바이가 추월을 시도하던 중이었으므로 통상의 운전자라면 오토바이가 자신의 진로로 들어올 수 있음을 예견해 돌발상황에 대비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면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유·무죄를 놓고 엇갈린 1·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지지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최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2254)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장검증조서에 따르면 트랙터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트랙터 앞쪽으로 상당한 범위에 걸쳐 존재한다”며 “오토바이가 트랙터 앞으로 나오기 전에 피고인에 후사경 등을 통해 오토바이를 발견할 수 있었더라도 오토바이가 트랙터를 추월하기 위해 트랙터의 진로로 들어오는 것까지 예상하고 거기에 대비해 충분히 감속해 서행하거나 길 가장자리로부터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진행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피고인에게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