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0다9467
대법원, 원고패소 원심파기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한 행위는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최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보험가입자 김모(58)씨가 (주)H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2010다946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손해사정사를 통해 보험금청구에 요구되는 각종 서류를 피고에 제출한 것은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최고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에 대해 보험금지급에 필요한 추가구비서류의 제출을 요구한 것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등에 대해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해 그 지급의 유예를 구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경우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여부에 관한 회신이 있을 때까지는 최고의 효력이 계속돼 민법 제174조(최고와 시효중단)에 규정된 6월의 기간이 진행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런데도 원심이 소제기일 당시는 원고가 최종적으로 보험금 지급청구의 최고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날로부터도 6개월이 도과했음이 역수상 분명하므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민법 제174조의 '6월'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산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김씨는 H보험회사와 의료행위 중 과실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경우 2억원의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05년 의료과실로 환자가 시력을 상실하자 김씨는 우선 환자에게 손해배상으로 2억원을 지급한 뒤 보험회사에 이를 알렸다. 당시 손해사정사는 김씨에게 사고처리안내서와 질문지 등을 주며 이를 작성해 보험금을 청구하라고 했으나 환자의 동의가 필요한 장해진단서가 발급되지 않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김씨는 환자의 장해진단서를 제출하는 게 여의치 않아 보험회사 직원에게 문의했고 직원이 소송을 제기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자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