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13가단302288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자"… 상법 제732조 강행규정 위반
포항지원, 모집인의 특별약관 설명의무 위반만 인정
발달장애인이 사망할 때 생명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보험계약은 상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상법 제732조는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적장애 1급인 최모씨의 어머니인 신모씨는 2012년 5월 '발달장애인 의료실비보험 가입 가능해진다'는 제목의 신문기사를 보고 우리아이보험센터로 연락해 보험가입을 문의했다. 보험센터 보험모집인인 서모씨는 치료비, 입원비는 물론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에도 보험금을 주는 보험 가입 절차 등을 이메일로 설명했다. 같은해 6월 신씨는 진단서 등 필요한 서류를 팩스로 보냈고, 서류를 받은 서씨는 신씨 대신 자신이 서명을 한 보험가입 신청서 등 서류를 보험사에 보내 계약이 체결됐다. 한달 뒤인 7월 최씨는 폐렴으로 응급실에 입원을 했고, 신씨는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계약 체결 전 최씨가 패혈증 및 폐렴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얼마 뒤 최씨는 폐렴이 재발해 사망했다. 신씨 등은 "과거 병력을 적으라는 설명 등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사망보험금과 치료비 등 2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보험사는 "사망보험도 상법 규정에 어긋나 무효"라며 맞섰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황형주 판사는 최근 최씨의 부모가 엘아이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2013가단302288)에서 "보험사는 최씨의 사망보험금을 뺀 치료비 등 480여만원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 중 심신미약자 또는 심신박약자인 최씨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부분은 상법 제732조 규정을 위반해 무효이므로 신씨는 최씨의 사망을 이유로 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질병 사망 부분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가 된 것이지 피고의 보험모집인 때문에 무효가 된 것이 아니다"라며 "모집인이 강행법규 위반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과실과 원고들이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 체결할 때 보험자에게 특별약관 내용을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보험 관련 서류에 원고의 자필서명조차 받지 않은 것은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뺀 치료비, 질병 입원 일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상법 제732조는 발달장애인들의 보험가입을 막는다는 장애인 단체 등의 지적이 있어왔다. 국회는 지난 3월 이 같은 규정을 개정해 심신박약자가 직접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또는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때는 생명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개정된 법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