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15나2058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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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보험사는 2002년 4월 B씨에게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보험의 수익자는 B씨의 아내 C씨였다. 그런데 2004년 11월 B씨가 실종되면서 B씨 명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되던 보험료가 2006년 9월부터 납입되지 않았다. A사는 B씨에게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된다"고 통보했지만, 보험료는 납부되지 않았고, A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2011년 8월 법원에서 B씨에 대한 실종선고가 내려졌고, B씨의 아내 C씨는 그해 11월 A사에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청구했다. A사는 보험료 미납으로 계약이 실효됐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C씨는 보험 해지에 따른 해약환급을 신청해 A사로부터 2300여만원의 환급금을 받았다. 그러나 C씨는 이후 다시 "남편에게만 밀린 보험료를 납부하라고 했을 뿐, 보험 수익자인 내게는 보험료를 내라고 최고(催告)한 적이 없어 A사의 일방적인 보험계약 해지는 무효"라며 남편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달라고 A사에 요구했고, A사는 2014년 7월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C씨도 같은해 12월 반소를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A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가 C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2015나205832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약환급금 지급증명서에 보험계약이 실효해약 상태로 기재돼 있고, C씨 스스로 해약환급금을 신청해 환급금을 수령한 사실 등을 보면 A사가 C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C씨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했다고 볼 수 없다"며 "A사가 보험계약이 실효 또는 해지되지 않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C씨에게 허위사실을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C씨가 보험금 지급 청구를 거절당하면서 해지사유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해약환급금 지급을 신청했다고 보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C씨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시효중단 조치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으므로 A사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A사가 보험수익자인 C씨에게 따로 보험료를 내라고 통보하지 않아 보험계약이 해지됐다고 볼 수 없는데도 보험계약 해지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며 "C씨가 소멸시효 완성 전 적법하게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했는데도 이를 거절한 뒤 A사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면서 A사가 C씨에게 3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