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시설관리 주의의무 위반…손해배상 해야
무궁화호 열차 안 화장실에서 낙상사고를 당한 승객에게 철도공사가 시설관리 의무 위반에 따른 배상책임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이원석 부장판사)는 한국철도공사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합504222)에서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1월 무궁화호 열차 내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낙상사고를 당했다. 겨울철 날씨 탓에 화장실 변기의 노즐이 결빙돼 물이 역류했고, 이에 A씨가 놀라 넘어졌던 것이다. 이 사고로 A씨는 철도공사가 가입한 보험사를 통해 66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추가로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지급 등을 요구했고, 철도공사는 A씨와 민사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2017년 9월 A씨와의 조정이 결렬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200만원 지급 판결
철도공사는 "보험을 통해 A씨에게 치료비를 모두 지급했고, A씨가 주장하는 재산 손해는 이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다"며 "우리가 A씨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100만원이 적절하므로, 이를 넘는 손해배상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4000만원과 치료비 등 적극·소극적 손해, 일실수입 등을 합한 총 1억5000여만원을 달라"며 반소로 맞섰다.
재판부는 "철도공사가 승객이 열차 내 화장실을 이용할 때 시설이 정상적이고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점검·유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당시 열차 내 화장실 시설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가 분명하므로, 철도공사는 A씨에게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주장하는 청각 손상과 관절 통증 등 여러 증상은 병원의 신체감정 결과 등에 비춰 이 사고로 인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A씨에게 이미 보상받은 금액을 초과해 배상이 필요할 정도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는 2017년 3월 한 달간 모 대학병원에서 PTSD 등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았다"면서도 "PTSD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거나 외상으로 경험될 만큼 감정적 스트레스를 동반할 때 나타나는 것을 특징으로 하지만, A씨는 사고 이후 1년이 지난 뒤에 이러한 진단을 받았고, 사건 내용과 경위로 볼 때 (PTSD와 같은)그러한 심각한 스트레스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의 경위와 지급된 보험금의 내역 등을 참작해 철도공사가 A씨에게 지급할 위자료는 2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