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5다49713
대법원, "극도의 흥분상태로 아파트서 투신…우발적 사고로 재해 해당" 원고승소 원심확정
보험회사는 일반적으로 보험가입자가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지만 극도의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부부 싸움도중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윤모(당시 39세·여)씨의 남편 박모(46)씨와 자녀 등 유족 4명이 대한생명(주)를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 상고심(☞2005다49713)에서 "피고는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지난 10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법 제657조1항 및 제732조의2의 입법취지에 비춰볼 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망인이 경제적인 문제로 시댁 및 친정과 계속 갈등을 겪어오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왔을뿐만 아니라 출산후 각종 병으로 병원에 오가며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이 쇠약해 있는 상황에서 격렬한 부부싸움끝에 베란다 밖으로 뛰어 내린 사정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망인은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인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극도로 모멸스럽고 격분된 순간을 벗어날 방편으로 베란다에서 뛰어 내림으로써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지 않고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03년 10월 자신이 경영하는 건축자재 제조회사가 자금난을 겪자 아내 윤씨와 보증인을 세우는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다가 자녀들이 말리는 순간 윤씨가 12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숨지자 윤씨가 종신보험을 가입한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승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