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6다69141
대법원, "보험계약자와 함께 설명 듣고 글 몰라 대신한 서명은 유효"
#보험금 #보험사고 #생명보험 #우체국생명보험 #자필서명
피보험자의 자필 서명이 없더라도 가입 당시 피보험자의 동의가 있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생명보험 가입시 필수요건인 피보험자의 자필서명 인정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던 기존 판례를 완화한 사례로 주목된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이 그 동안 피보험자의 자필 서명이 없었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보험급 지급을 거부해 오던 사례가 비일비재한 가운데 나온 판결로 유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우체국 생명보험에 가입하며 피보험자인 시어머니 김모씨 대신 서명한 며느리 추모씨가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2006다69141)에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았지만 가입 당시 구두 동의를 받아 대신 서명한 만큼 실질적인 서면동의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인 타인의 동의는 각 보험계약에 대해 개별적으로 서면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고 포괄적인 동의 또는 묵시적 이거나 추정적 동의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피보험자인 타인의 서면동의가 그 타인이 보험청약서에 자필 서명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피보험자인 타인이 참석한 자리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며 보험계약자나 보험모집인이 그 타인에게 보험계약의 내용을 설명한 후 그 타인으로부터 명시적으로 권한을 수여받아 보험청약서에 그 타인의 서명을 대행하는 경우에도, 그 타인의 서면동의는 적법한 대리인에 의해 유효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추씨는 2002년 10월 시어머니인 김씨를 피보험자로 우체국 보험에 생명보험을 가입하며 당시 한자리에 있던 김씨가 글을 모른다며 대신 서명을 해줄 것을 요구하자 대신 서명을 했다. 이후 2004년 9월 김씨가 패혈증에 감염돼 사망하자 우체국 보험을 상대로 5,000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우체국측이 가입 당시 김씨의 자필 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