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16노5198
"1심 집유 선고는 양형 부적절"
대구지법 항소심, "주의의무 위반 정도 중대"… 원심깨고 금고 4개월 선고
제한속도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시속 204㎞의 속도로 주행하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실형을 선고했다. 과실범이라도 가해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중대하다면,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광란의 질주'를 벌이며 사고를 일으키는 폭주족에게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지법 형사3부(재판장 남근욱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23)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최근 금고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2016노5198).
재판부는 "사고를 낸 A씨가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 유족과 합의해 이들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한속도가 80Km인 도로에서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과속하다 사고를 낸 A씨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매우 크다"며 "피해차량 운전자가 사망하고 가해차량 동승자가 중상을 입는 결과가 났다는 점을 볼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6년 5월 6일 오전 6시경 대구 수성구 유니버시아드로(路) 인근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에쿠스 승용차를 규정속도(80km)를 훨씬 넘는 204km로 운전하다 유턴하던 승용차와 충돌해 차량 운전자인 B(44)씨가 사망하고 A씨 차량에 같이 타고 있던 C(22)씨도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군인 신분이던 A씨는 보통군사법원에 넘겨졌지만 군사법원은 A씨가 피해자들과 원만하게 합의했다는 이유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다(2016고19).
윤민(35·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음주운전 등의 경우를 제외하면 교통사고 범죄의 대부분이 과실범이므로 피해자와 합의해 실형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면서 "사고 당시 주행속도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킨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