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단1853
내려달라는 승객의 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주행해 11분간 손님을 차에 감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승객이 기사와 말다툼을 하면서 "요금을 내지 않고 내리겠다", "중도하차로 신고하겠다"고 하자, 택시기가사 이에 응대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차를 몰았던 것으로 판단해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감금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62)씨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2017고단1853).
A씨는 지난해 3월 서울 금천구 한 아파트 앞에서 B(여·56)씨를 태워 목적지인 신대방역 쪽까지 주행했다. 운행 도중 B씨는 '택시 안에서 술 냄새가 난다'며 뒷좌석 창문을 열었고, "추위 때문에 닫아달라"는 A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B씨는 관악구 난곡로 한 아파트 앞길에서 "중도하차로 신고하겠다", "요금을 내지 않겠다"고 말하며 하차를 요구했지만 A씨는 그대로 주행했다. 검찰은 A씨가 하차 요구를 무시하고 4.8㎞를 주행해 B씨를 11분간 택시에 감금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판사는 "A씨는 B씨가 승차한 후 진행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간 다음 B씨를 안전하게 하차시켰다"며 "그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감금할 만한 특별한 동기나 의도를 엿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뒷좌석 창문을 열었고 A씨가 창문을 닫아달라고 요청하자 말다툼을 벌였다"며 "B씨는 중도하차로 신고하겠다거나 요금을 내지 않겠다는 등의 태도를 보이면서 일방적으로 하차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택시 안에서 남편과 통화를 하며 A씨의 태도를 비난하는 얘기를 했을 뿐, 위험에 처했다고 호소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B씨가 생명이나 신체의 위협을 느껴 하차를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