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단5356161
요양원에 배상책임
뇌출혈 환자가 새벽에 화장실에 가다 넘어져 부상을 입었는데도 요양원 측이 병원 후송을 지체하는 바람에 환자가 숨졌다면 요양원은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한경환 부장판사는 최근 함모씨 등이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가단5356161)에서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뇌출혈과 치매증세로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A(사고 당시 63세)씨는 2015년 1월 B노인전문요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같은 해 6월 새벽 A씨는 화장실에 가다 뒤로 넘어져 오른쪽 귀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부상을 입었다. 요양원 측은 A씨를 침대에 데려다 눕혔는데 이후 경련과 함께 의식저하 등 상태가 악화됐다. 그러자 요양원 측은 사고 발생 2시간여 뒤 119를 통해 A씨를 대학병원으로 후송했다. A씨는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해 7월 패혈증으로 인한 심폐기능 정지로 사망했다.
A의 자녀들은 "요양원이 관찰 및 응급조치 등 보호의무를 위반해 사망했다"며 요양원의 보험사인 DB손해보험을 상대로 "1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DB손해보험은 요양원과 보상한도 1억원의 전문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2시간 방치… 보호의무 소홀”
한 부장판사는 "요양원 시설급여이용계약서 등에 따르면 요양원은 A씨의 건강유지와 악화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낙상방지 등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하며 생명이 위급한 상태라고 판단되면 병원으로 즉시 후송하고 시설종사자의 귀책사유로 부상 또는 사망하게 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요양보호사는 A씨의 귀에서 피가 나는데 즉시 응급조치를 하거나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침대에 데려가 눕혔다"면서 "특히 뇌출혈로 편마비가 있는 A씨가 머리 부분을 다쳐 귀에서 출혈이 발생했다면 위험한 상황이고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한데도 경련 및 의식저하를 보일 때까지 아무 조치 없이 2시간 동안 방치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사망은 요양원 측에서 응급조치 등 보호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요양원 측이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시 A씨의 연령과 기존질환 등 체질적 소인과 함께 사고 발생 경위와 사고 후 요양원이 취한 응급조치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A씨에 대한 위자료를 1200만원, 상속인들에 대한 위자료를 각 100만원씩 인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