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자)
【판시사항】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영조물 설치 관리상의 하자'의 의미 및 그 설치자 또는 관리자에게 부과되는 방호조치의무의 정도
[2]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및 적설지대가 아닌 지역의 도로 또는 고속도로 등 특수 목적의 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강설로 인하여 발생한 도로통행상의 위험을 즉시 배제하여 그 안전성을 확보할 의무가 도로의 설치·관리자에게 있는지 여부(소극)
[3] 강설의 특성, 기상적 요인과 지리적 요인, 이에 따른 도로의 상대적 안전성을 고려하면 겨울철 산간지역에 위치한 도로에 강설로 생긴 빙판을 그대로 방치하고 도로상황에 대한 경고나 위험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도로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영조물 설치 관리상의 하자'라 함은 공공의 목적에 공여된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고, 영조물의 설치 및 관리에 있어서 항상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는 할 수 없는 것으로서, 영조물의 설치자 또는 관리자에게 부과되는 방호조치의무의 정도는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것을 말하므로, 영조물인 도로의 경우도 다른 생활필수시설과의 관계나 그것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주체의 재정적, 인적, 물적 제약 등을 고려하여 그것을 이용하는 자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전성을 갖추는 것으로 족하다.
[2]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는 도로의 위치 등 장소적인 조건, 도로의 구조, 교통량, 사고시에 있어서의 교통 사정 등 도로의 이용 상황과 본래의 이용 목적 등 제반 사정과 물적 결함의 위치, 형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특히 강설은 기본적 환경의 하나인 자연현상으로서 그것이 도로교통의 안전을 해치는 위험성의 정도나 그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통상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일시에 나타나고 일정한 시간을 경과하면 소멸되는 일과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하여,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도로상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완벽한 방법으로서 도로 자체에 융설 설비를 갖추는 것은 현대의 과학기술의 수준이나 재정사정에 비추어 사실상 불가능하고, 가능한 방법으로 인위적으로 제설작업을 하거나 제설제를 살포하는 등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경우에 있어서도 적설지대에 속하는 지역의 도로라든가 최저속도의 제한이 있는 고속도로 등 특수 목적을 갖고 있는 도로가 아닌 일반 보통의 도로까지도 도로관리자에게 완전한 인적, 물적 설비를 갖추고 제설작업을 하여 도로통행상의 위험을 즉시 배제하여 그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도로의 안전성의 성질에 비추어 적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경우의 도로통행의 안전성은 그와 같은 위험에 대면하여 도로를 이용하는 통행자 개개인의 책임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3] 강설의 특성, 기상적 요인과 지리적 요인, 이에 따른 도로의 상대적 안전성을 고려하면 겨울철 산간지역에 위치한 도로에 강설로 생긴 빙판을 그대로 방치하고 도로상황에 대한 경고나 위험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도로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민법 제758조
[2]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민법 제758조
[3]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민법 제75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다37652 판결(공1992,1678),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6328 판결(공1994하, 3112),
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다17381 판결(공1998하, 2728),
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다24201 판결(공2000상, 376),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54004 판결(공2000상, 830) /[2]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32536 판결(공1998상, 681),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49800 판결(공1998상, 761),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다12796 판결(공1999하, 1604),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다45413 판결(공2000상, 306)
【전문】
【원고,피상고인】
선성덕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기석)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9. 9. 2. 선고 99나2865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사고 지점의 도로는 사고 차량의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볼 때 사고 장소에 이르기 전에는 직선 구간이 계속되면서 노면도 정상이다가 사고 지점 부근에 이르러 갑자기 상당한 정도의 커브길이 시작되면서 노면에 심한 빙판이 100m 이상 덮여 있었던 사실, 사고 지점은 지형상의 이유로 응달이 져 겨울철에는 한낮에도 빙판이 덮여 있는 때가 많았는데, 이러한 사정이 위와 같이 우로 굽은 도로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상황과 맞물려 통행차량이 감속을 시도하는 경우 갑자기 나타나는 빙판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충분히 예상되는 장소였던 사실, 사정이 그러하여 사고 지점은 그 곳 지리나 도로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지점임에도 당시 빙판제거작업도 제 때에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그러한 도로상황에 대한 경고나 위험표지판 등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고 당시의 위 국도 지점은 도로로서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위 국도 관리자인 피고는 위 국도의 관리상의 하자 때문에 발생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영조물 설치 관리상의 하자'라 함은 공공의 목적에 공여된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고, 영조물의 설치 및 관리에 있어서 항상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는 할 수 없는 것으로서, 영조물의 설치자 또는 관리자에게 부과되는 방호조치의무의 정도는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것을 말하므로(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6328 판결, 1998. 10. 23. 선고 98다17381 판결 등 참조), 영조물인 도로의 경우도 다른 생활필수시설과의 관계나 그것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주체의 재정적, 인적, 물적 제약 등을 고려하여, 그것을 이용하는 자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전성을 갖추는 것으로 족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특히 강설은 기본적 환경의 하나인 자연현상으로서 그것이 도로교통의 안전을 해치는 위험성의 정도나 그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통상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일시에 나타나고 일정한 시간을 경과하면 소멸되는 일과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하여,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도로상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완벽한 방법으로서 도로 자체에 융설 설비를 갖추는 것은 현대의 과학기술의 수준이나 재정사정에 비추어 사실상 불가능하고, 가능한 방법으로 인위적으로 제설작업을 하거나 제설제를 살포하는 등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경우에 있어서도 적설지대에 속하는 지역의 도로라든가 최저속도의 제한이 있는 고속도로 등 특수 목적을 갖고 있는 도로가 아닌 일반 보통의 도로까지도 도로관리자에게 완전한 인적, 물적 설비를 갖추고 제설작업을 하여 도로통행상의 위험을 즉시 배제하여 그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앞에서 본 도로의 안전성의 성질에 비추어 적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경우의 도로통행의 안전성은 그와 같은 위험에 대면하여 도로를 이용하는 통행자 개개인의 책임으로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다. 그리고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는 도로의 위치 등 장소적인 조건, 도로의 구조, 교통량, 사고시에 있어서의 교통 사정 등 도로의 이용 상황과 본래의 이용 목적 등 제반 사정과 물적 결함의 위치, 형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 49800 판결 등 참조).
(1)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도로 상황 및 지리적 상황
이 사건 사고 지점의 도로는 영월과 정선을 잇는 폭 9.6m의 왕복 2차로 38번 국도로서 중앙선이 설치된 아스팔트 포장도로이고, 산간 내륙 지대에 위치하여 있으며, 이 사건 사고 승용차의 진행방향에서 보았을 때 직선 구간이 끝나면서 이어지는 우로 굽은 수평의 곡선 구간으로서 좌측에는 방호벽이 설치되어 있고 그 위에 철로가 지나가고 있으며 우측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고 그 너머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다.
이 사건 사고 지점은 지형상 응달진 곳으로 당시 중앙선 부근을 포함하여 눈으로 덮여 있어 중앙선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승용차가 진행하는 차로 쪽은 약 100m가 결빙되어 미끄러운 상태였다.
(나) 기상 상황
이 사건 사고일은 겨울철(1월 18일)로서 제1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노면에 눈이 없는 구간의 길 가장자리가 눈으로 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편철된 사고 당시의 현장 사진들(기록 54면∼61면)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일 전에 위 국도 부근 지역에 눈이 내린 것으로 보이나 정확히 언제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는 기록상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사건 사고 당시의 날씨는 맑은 상태였다.
(다) 피고의 도로 관리 태양, 예견가능성 및 회피가능성
피고는, 피고 산하 정선국도유지건설사무소가 이 사건 사고 지점의 도로를 포함하여 일반 국도 연장 351㎞를 관리하는데, 그 관할 도로는 큰 고갯길이 16개소나 위치하고 있어 겨울철에 눈이 올 때 위험성이 많은 고갯길을 우선으로 제설작업 및 빙판제거 작업을 실시한 후 일반 평지 도로로 순차적으로 제설작업 등을 시행할 수밖에 없고,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삼척시 도계읍과 영월읍 구간에서 빙판제거 및 방활사 보충 작업을 실시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기록 132면) 그와 같은 주장의 당부는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피고가 이 사건 사고 지점에 빙판길을 알리는 경고나 위험표지판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빙판제거 작업도 실시하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 사고를 목격한 덤프트럭 운전사 문학원은 경찰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 전의 노면은 정상 상태로 되어 있어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운전자들은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운전하다가 갑자기 결빙된 우로 굽은 구간이 나타나므로 당황하여 급제동을 하다가 사고가 많이 발생되는 곳이라고 진술하고 있고(기록 72면), 피고는 위 사고 지점은 1일 교통량이 4,000대 이상이나 이 사건 사고 전후에 걸쳐 단 한 건의 교통사고도 발생되지 않았던 곳으로서 다른 많은 차량은 어려움을 겪지 않고 무사히 통행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기록 113면), 사고 지점은 사고 발생의 가능성이 예견되는 곳이지만 실제로 위 사고 지점에서 이 사건 외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기록상 확인할 수가 없다.
(라) 통행자의 행위 태양
이 사건 사고 승용차의 운전사인 소외 망인은 사고 지점 약 300m 전에서 시속 55㎞로 진행하던 서울 06나8707호 덤프트럭을 추월하여 사고 지점을 진행하다가 속도를 줄이려고 제동을 가하는 순간 차량의 후미가 앞쪽으로 돌면서 그대로 반대 차로로 들어가 시멘트 방호벽을 충격한 후 미끄러지면서 때마침 반대 차로에서 진행하여 오던 충북 06다5023호 덤프트럭과 충돌한 것이므로, 소외 망인은 당시의 도로 상황 등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 한 채 안전운전을 하지 않고 무모하게 과속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의 이 사건 도로 관리상의 하자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본 강설의 특성, 기상적 요인과 지리적 요인, 이에 따른 도로의 상대적 안전성을 고려할 때, 눈이 내린 경우에 도로관리자로 하여금 도로에 형성된 모든 빙판을 일시에 제거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도로관리자가 도로 상황 등에 맞춰 특히 위험성이 높은 지점부터 순차적으로 동결방지조치를 강구하여 왔다면, 아직 그러한 제설작업 내지 빙판제거작업이 실시되지 아니한 도로 구간에서는 운전자가 스스로 그와 같은 도로상황에 알맞은 방식과 태도로 운전함으로써 사고발생의 위험을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그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발생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도로관리자의 관리상의 하자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며, 겨울철에 눈이 내린 직후에 산간 지역의 도로를 통행하는 운전자로서는 지형에 따라 노면이 결빙되어 미끄러운 곳이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것이므로 도로관리자가 그러한 도로상황에 대한 경고나 위험표지판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여 도로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돌이켜 이 사건의 경우를 보면, 사고 지점의 도로는 산간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도로이고, 사고 당시는 겨울철로서 눈이 내리면 노면이 결빙되기 쉬운 때이며, 기록에 첨부된 사진에 의하면 당시 눈이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과연 이 사건 사고 지역에 언제 어느 정도의 눈이 내렸으며 그로 인한 노면 결빙의 정도는 어떠하였는지, 그와 같은 눈이 내린 후 피고가 보유한 인적·물적 설비를 동원하여 위험이 높은 도로 구간부터 순차적으로 제설 및 빙판제거작업을 실시하여 온 것인지, 그리고 이와 같이 눈이 내린 시기와 양, 그로 인한 도로 교통상의 위험의 정도, 피고의 빙판제거 및 제설작업 능력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에 위 사고 지점의 빙판을 제거할 수 있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은 아닌지, 이 사건 사고를 전후하여 다른 많은 차량은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이 사건 사고 지점을 무사히 통행하였는지, 이 사건 사고 운전자인 소외 망인의 사고 당시 운전 행위의 태양과 그 과실은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심리하여 본 후에 비로소 피고의 이 사건 사고 지점의 도로 관리상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같은 점에 대하여 심리를 다하지도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성급하게 피고에게 도로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만 것은 도로 관리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