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자)
【판시사항】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정해진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의 의미 및 그 판단 기준
[2] 가변차로에 설치된 두 개의 신호등에서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들어오는 오작동이 발생하였고 그 고장이 현재의 기술수준상 부득이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어 영조물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정해진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라 함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다만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만일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장소적으로 영조물의 기능상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그 영조물의 결함이 영조물의 설치·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 아래에 있는 경우임이 입증되는 경우라면 영조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
[2] 가변차로에 설치된 신호등의 용도와 오작동시에 발생하는 사고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감안할 때, 만일 가변차로에 설치된 두 개의 신호기에서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들어오는 고장을 예방할 방법이 없음에도 그와 같은 신호기를 설치하여 그와 같은 고장을 발생하게 한 것이라면, 그 고장이 자연재해 등 외부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그 자체로 설치·관리자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신호등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설령 적정전압보다 낮은 저전압이 원인이 되어 위와 같은 오작동이 발생하였고 그 고장은 현재의 기술수준상 부득이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어 영조물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참조판례】
[1]대법원 1988. 11. 8. 선고 86다카775 판결(공1988, 1520),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32536 판결(공1998상, 681),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54004 판결(공2000상, 830)
【전문】
【원고,상고인】
【피고,피상고인】
울산광역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장식)
【원심판결】
울산지법 2000. 9. 2 1. 선고 99나279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 1은 1995. 12. 9. 15:15경 그 소유의 (차량등록번호 1 생략) 엘란트라 승용차를 운전하여 울산 중구 염포동 복례식당 앞 왕복 6차로 도로를 효문교차로에서 염포삼거리 방면으로 시속 약 40km 정도의 속도로 진행하던 중 반대방향에서 진행해 오던 소외 1 운전의 (차량등록번호 2 생략) 소나타 승용차와 충돌하여 좌측원위 대퇴골 개방성 골절상 등을 입었다.
(2)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효문교차로(울산시내 방면)로부터 염포삼거리(여기에서 남목삼거리 방면 및 해안도로 방면으로 향하는 각 왕복 4차로 도로로 갈라진다)까지 이르는 왕복 6차로 도로로서, 그 교차로 전의 일부구간을 제외하고는 도로 중앙 2개 차로에 황색점선이 그어져 있고 약 300m 간격으로 가변차로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고, 각 방향의 차량 소통상태에 따라 가변차로 신호등이 작동되어 그 지시에 따라 각 방향으로 2:4, 3:3, 4:2로 차로가 변경된다.
(3) 위 도로의 가변차로 운용은, 특별한 변경이 없는 한 사고가 난 날과 같은 토요일에는 12:00부터 13:30까지 효문교차로에서 염포삼거리 방면으로 2차로, 반대방향으로 4차로로 운용되다가, 13:30 이후에는 양방향 모두 3차로로 운용되어 왔다.
(4) 사고 발생 당시 효문교차로로부터 사고지점 전까지 각 가변차로 신호등이 양방향 모두 3개 차로는 진행신호, 나머지 3개 차로는 진행금지신호가 켜져 있어 양방향 모두 3차로 도로로 운용되고 있었으나, 효문교차로로부터 염포삼거리 방면의 마지막 가변차로 신호등(이하 '이 사건 신호등'이라 한다)에 이상이 생겨 효문교차로로부터 염포삼거리 방면으로 오른쪽 2개 차로는 진행신호, 나머지 4개 차로는 진행금지신호가 켜져 있었고, 염포삼거리 방면에서 볼 때에는 오른쪽 4개 차로는 진행신호, 나머지 2개 차로는 진행금지신호가 각 켜져 있었다.
(5) 소외 1은 사고 당시 남목삼거리 방면에서부터 염포삼거리에 진입한 후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효문교차로 방면의 이 사건 도로로 진입한 뒤 중앙선쪽 1차선(오른쪽으로부터 3번째 차선)을 따라 시속 약 30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처음 나타난 가변차로 신호등인 이 사건 신호등에 이르러 그 진행방향으로 4개 차로에 진행신호가 켜져 있음을 확인한 후, 자신이 진행하던 차로의 선행차량들이 정체로 인하여 서행하고 있자, 진행신호가 들어와 있던 가변차로의 1차로(진행방향 오른쪽으로부터 4번째 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는 순간 반대방향에서 소외 1과 같은 차로로 진행해 오던 원고 1 운전의 승용차 운전석 문짝 부분을 자신의 승용차의 좌측 앞범퍼부분으로 충돌하여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
(6) 원고 2, 원고 3, 원고 4는 원고 1의 처와 자녀들이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신호등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해 신호등에 고장이 발생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신호등의 설치·관리자인 피고가 원고들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그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1992년∼1993년경 설치된 이 사건 신호등을 제어하고 있는 주제어기는 효문교차로에 설치되어 있고 가변차로 신호기 2개당 1대의 제어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제어기의 내부회로형태와 가변차로 운영체계는 원심 판시 별지 도면과 같이 구성되어 있는 사실, 주제어기는 가변차로제가 실시되는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전구간의 각 제어기로 온라인 신호를 보내어 그 신호를 받은 제어기들이 각 해당신호기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1대의 제어기로 2개소의 신호기(원심 판시 별지 도면 ,ⓐ,ⓑ,ⓐ가 이 사건 신호등이고, ⓑ는 효문교차로 방면의 그 직근 신호등이다)를 동시에 제어하므로 원칙적으로 그 중 1개의 신호기만 따로 고장날 수는 없는 사실(위 ⓐ,ⓑ가 동일 출력이므로, ⓐ,ⓑ가 따로 작동될 수 없다), 예외적으로 1개의 신호등만 고장이 나는 원인으로는 주제어기에 설치되어 있는 디지털 타이머의 고장과 제어기 내에 장착되어 있는 에스에스알(중앙처리장치에서 보내는 직류신호를 교류신호로 바꾸어 각 신호등 램프로 전기를 보내 신호등을 켜는 역할을 한다, 이하 'SSR'이라고 쓴다)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가 있는 사실, 타이머의 고장은 주제어기에 장착되어 있는 타이머의 오작동으로 현재의 시간을 잘못 표시하여 가변차로 운용시간이 아님에도 가변차로 작동시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인데 이 사건 신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신호기는 정상 작동되고 있었으므로 사고 당시 타이머의 고장 가능성은 없는 사실, SSR이 고장나면 SSR의 점등신호와 중앙처리장치에서 보내온 신호가 서로 다르게 되어 양방향이 동일신호가 들어오는 모순상황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 대비하여 각 제어기에 모순검지기가 설치되어 있어 모순을 검지하면 바로 작동하여 신호를 적색점멸신호로 전환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SSR은 한 번 고장나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이 사건 사고 후 신호기 수리를 위해 현장에 나갔던 소외 2 등이 점검한 결과 SSR은 고장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후로도 SSR을 교체한 사실이 없는 사실, 그런데 이러한 모순검지기도 검지기에 흐르는 모순되는 각 신호의 전류의 전압이 25V AC 이상인 경우에는 이를 검지할 수 있으나, 위 전압이 25V AC에서 15V AC 범위 내인 경우에는 이를 검지할 수도 있고 검지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위 전압이 15V AC 이하인 경우에는 검지할 수가 없는 사실, 미세한 전류의 흐름은 전기의 기준점(OV)이 대지인 점을 고려할 때 신호케이블 매설, 대지, 공기 등의 주변환경에 따라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25V AC 이하의 미세전류가 흘러 모순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모순검지기로 제어할 방법은 없는 사실, 사고 당시까지 이 사건 신호등이나 제어기의 고장신고는 접수된 일이 없고 또한 그것이 오작동하거나 고장이라고 판단되어 수선한 일도 없었으며, 사고 후에 이 사건 신호등이 오작동한다는 연락을 받고 소외 2, 소외 3 등이 30여분만에 현장에 도착하여 확인한바 이 사건 신호등이 정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사고에 관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신호등이나 제어기가 고장이 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예측하고 이를 회피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이러한 경우에까지 피고에게 그로 인한 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방호조치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며, 나아가 이 사건 신호등에 모순되는 신호가 동시에 작동하는 경우가 생겼더라도 이는 현재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피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태라 할 것이어서, 이것을 가지고 신호등의 설치·관리에 어떤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정해진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라 함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다만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만일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장소적으로 영조물의 기능상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그 영조물의 결함이 영조물의 설치·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 아래에 있는 경우임이 입증되는 경우라면 영조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8. 11. 8. 선고 86다카775 판결, 1998. 2. 10. 선고 97다32536 판결, 2000. 2. 25. 선고 99다54004 판결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신호등에 그 판시와 같은 고장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 그 고장의 원인에 관하여 모순검지기에 흐르는 신호 전류가 적정전압보다 낮은 전압으로 되는 바람에 모순검지기로 제어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신호등에 모순된 신호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는 현재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피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이므로 이 사건 신호등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이해되나, 이는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모순검지기에 흐르는 신호 전류의 전압이 저전압인 경우 모순검지기로 제어되지 아니한다는 점에 관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의 2000. 5. 26.자 준비서면에 첨부된 자료인 대구지방법원 95나10790 사건에 관한 엘지산전 주식회사의 사실조회 회신 사본과 대구지방법원 97나5495 사건의 판결문 사본에 이 점에 관한 언급이 있으나, 위 자료들은 적법하게 증거조사되지도 않은 문서들임이 기록상 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가변차선 신호등이 아닌 일반적인 3색 또는 4색 교통신호등에 관한 것으로서 그와 운용체계가 다른 이 사건 가변차로 신호등의 경우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심이 채용한 제1심 증인 소외 3, 원심 증인 소외 2의 각 증언에 의하면, 양방향 동일신호로 표시되는 것이 모순검지기가 검지하는 모순이라는 것인데, 그것이 하나의 가변신호기를 기준으로 하여 앞뒷면의 각 신호가 서로 모순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두 개의 신호기 예컨대 원심 판시 별지 도면 표시 ,ⓐ,ⓑ의 신호기의 각 신호가 서로 모순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인지, 또는 양자를 포함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만일 위 증인들이 언급한 모순검지기가 검지하는 모순이 전자의 의미라면, 위 ⓐ,ⓑ의 신호기의 각 신호가 서로 모순되었던 이 사건 신호등의 오작동과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가변차로에 설치된 신호등의 용도와 오작동시에 발생하는 사고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감안할 때, 만일 원심이 본 바와 같이 가변차로에 설치된 두 개의 신호기에서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들어오는 고장을 예방할 방법이 없음에도 그와 같은 신호기를 설치하여 그와 같은 고장을 발생하게 한 것이라면, 그 고장이 자연재해 등 외부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그 자체로 설치·관리자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신호등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신호등이 점멸되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거나 또는 한 방향에서 볼 때 두 개의 모순되는 신호가 동시에 들어오는 오작동의 경우라면, 운전자가 신호기가 고장났음을 쉽게 인지하고 신호기가 없는 상황과 같은 대비태세를 갖추어 운전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오작동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신호등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도 있겠으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생기는 오작동의 경우라면 달리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설령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적정전압보다 낮은 저전압이 원인이 되어 위와 같은 오작동이 발생하였고 그 고장은 현재의 기술수준상 부득이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어 영조물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신호등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인정을 그르치거나 영조물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