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5다7177
대법원, 과속차량 운전자에 과실 인정한 원심파기환송
교통신호를 준수해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이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던 차량과 사고가 난 경우 신호를 준수한 차량이 비록 과속이라 하더라도 사고책임이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종래 고속도로나 대형도로 등에서 인정되던 '신뢰의 원칙'을 교차로에까지 확대 적용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신뢰의 원칙이란 스스로 교통규칙을 지키고 있는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도 교통법규를 지킬 것으로 신뢰하면 되며, 교통규칙을 위반하거나 비이성적으로 행동한 상대방의 행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해도 사고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柳志潭 대법관)는 김모씨(61)가 현대해상(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5다7177)에서 원고일부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13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호에 의해 교통정리가 행해지고 있는 교차로를 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충분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해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다만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차량이 있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서행하는 등 사고를 방지할 태세를 갖추고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나 이와 같은 의무는 어디까지나 신호가 바뀌기 전이나 그 직후에 교차로에 진입해 진행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라며 "신호가 바뀐 후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새로 진입해 올 경우까지를 예상해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녹색신호를 확인하고 제한속도 80㎞ 이상의 과속으로 진행하던 원고는 진행방향 2차선의 맨 앞에 정차해 있다가 정지신호임에도 좌회전을 하던 홍모씨의 승용차를 24미터 전방에서 발견하고 멈추지 못한 채 충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와 같이 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원고로서는 비록 과속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홍씨의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해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해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으므로 원고에게 20%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99년 화물차를 운전해 평택시 교차로를 지나다 불법좌회전하던 홍모씨가 운전하는 아반테 승용차에 받혀 머리 등을 다치자 홍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현대해상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1심에서는 6천4백여만원의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2심이 과속을 한 자신의 과실을 20%로 인정하고 5천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상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