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4다29934
대법원 "정지신호 무시하고 직진하는 차량의 사고발생까지 예방할 주의의무 없어"
유턴을 허용하는 표지만 있고, 좌회전신호시 또는 보행신호시 등의 유턴시기와 관련한 별도의 표지가 없는 경우 좌회전신호가 아니더라도 유턴이 가능하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梁承泰 대법관)는 교차로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맞은편에서 유턴하던 화물차를 들이받아 사망한 박모씨의 부모가 화물차의 보험자인 동양화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2004다29934)에서 10일 "화물차에게 10%의 과실을 인정해 원고에게 2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같은 유턴허용구역에서는 운전자는 보행자나 다른 차마의 정상적인 통행을 방해할 염려가 없을 때에는 유턴할 수 있으며, 반드시 전방의 신호기가 좌회전 신호로 바뀐 후 유턴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호가 적색으로 바뀐 다음 유턴허용구역에서 다른 차마의 정상적인 통행을 방해할 염려가 없음을 확인하고 유턴하는 운전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충분하고, 맞은 편 반대차선에서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통과해 직진해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해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은 지난 2000년6월 아들이 수원시팔달구 동수원병원 앞 교차로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다 적색신호 때 유턴하던 박모씨의 화물트럭을 들이받아 숨지자 "화물차가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유턴한 과실이 있다"며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는 2천여만원의 승소판결을 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