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41449
주점에서 나오던 손님이 신발을 신으며 아크릴 벽면을 손으로 짚었다가 벽이 무너져 건물 밖 4m 아래로 떨어져 다쳤다면 건물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김춘호 부장판사)는 최근 피해여성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가합541449)에서 "B씨는 9억20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10월 서울 시내에 있는 B씨 건물 2층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다 계단 부근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며 앞에 있는 아크릴 벽면을 짚었다. 그 순간 아크릴 벽면이 밖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A씨도 건물 밖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A씨는 하반신 마비 등의 장애를 입었다.
A씨는 건물주인 B씨가 추락방지용 안전대 등을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예상할 수 없는 사고까지 대비해 안전대 등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면서 "설령 벽면에 하자가 있다 해도 1차적 책임은 건물 2층을 임차해 쓰고 있던 주점 주인에게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건물에 하자가 있으며 그 하자에 대한 책임은 주점 주인이 아닌 건물주인 B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점 주인이 2층 전체를 임차한 것은 인정되지만, 아크릴 벽면이 설치된 부근의 계단은 점포 밖에 있다"며 "특히 아크릴 벽은 건물 외벽 중 일부라서 주점 운영을 위한 임대목적물이라기보다 B씨의 점유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건물 3층엔 추락방지용 안전대가 설치됐지만 2층엔 없었고, 문제의 아크릴 벽면도 단순히 접착제나 나사못으로만 고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A씨의 나이와 직업, 기대수명, 치료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9억20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