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자)
【판시사항】
[1] 도로교통법 제27조의2의 장소가 아닌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않는 교차로 부근의 횡단보도 앞에 같은법시행규칙 제3조 제2항 [별표 1]에 의한 정지선표시(노면표지 일련번호 706)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 교차로에 진입하는 운전자에게 그 정지선에서 일지정지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2] 도로교통법 제27조의2 소정의 일시정지의 의미
【판결요지】
[1]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하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는 차량은 서행할 의무는 있으나 도로교통법 제27조의2의 장소가 아닌 한 일시정지할 의무는 없으므로, 교차로에 우선통행을 할 수 있는 다른 차량이 있는 경우에도 그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행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교차로 부근의 횡단보도 앞에 도로교통법 제4조, 같은법시행규칙 제3조 제1항, 제2항 [별표 1]에 의한 정지선표시(노면표지 일련번호 706)가 있다 하더라도 그 표시는 차의 운행 중 법령이나 법령에서 정한 지시에 의하여 정지를 해야 할 경우 정지해야 할 지점을 표시하는 것으로서 일시정지표시(노면표지 일련번호 614 또는 규제표지 중 일련번호 224)와는 달리 그 표시 자체에 의하여 정지의무가 있음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
[2] 도로교통법 제27조의2 소정의 일시정지는 같은 법 제2조 제22호에서 정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차가 일시적으로 그 바퀴를 완전 정지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같은 법 제22조 제3항(신호기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에 설치된 정지선에서의 정지), 제24조 제1항(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정지선에서의 정지)과 같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교통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 정지시간이나 정지지점을 달리하는 것이다.
【참조조문】
[1] 도로교통법 제4조,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3조 제1항, 제2항 [별표 1] 일련번호 224, 614, 706
[2] 도로교통법 제2조 제22호, 제22조 제3항, 제24조 제1항, 제27조의2
【참조판례】
[1]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868 판결(공1987, 185), 대법원 1986. 12. 23. 선고 85도1977 판결(공1987, 267)
【전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승원)
【피고,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래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용묵)
【원심판결】
부산고법 1999. 5. 14. 선고 98나627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소외 1은 1997. 4. 5. 12:15경 소외 신흥운수 합자회사 소유의 (차량등록번호 1 생략) 5t 화물자동차(이하 '화물차'라 한다)를 운전하여 울산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반구대 입구 신호등 없는 삼거리를 언양 쪽에서 두서 쪽으로 시속 40km 이상으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 곳은 비가 내려 노면이 미끄러울 뿐만 아니라 위 차량 진행방향에서 보아 오른쪽으로 굽은 도로로서 평소 좌회전하려는 차량이 많으므로 위 소외 1로서는 속도를 줄여 전방좌우를 잘 살펴 안전하게 운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같은 속도로 진행하다가 두서 쪽에서 반구대 쪽으로 좌회전하기 위하여 차량정지선을 지나 위 교차로에 진입하여 차체를 약간 왼쪽으로 튼 채 대기하고 있던 소외 2 운전의 (차량등록번호 2 생략) 스타렉스 승합자동차(이하 '승합차'라 한다)를 뒤늦게 발견하고 조향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한 잘못으로 위 화물차의 좌측앞 부분으로 위 승합차의 좌측앞 부분을 충격하면서 오른쪽 논두렁으로 미끄러져 때마침 그 곳 갓길을 보행 중이던 소외 3을 위 화물차 우측적재함 부분으로 들이받아 그로 하여금 장파열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사고는 빗길에서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아니하고 과속으로 운행하다가 조향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한 위 소외 1의 과실과 당시는 비가 내려 노면이 미끄러운 상태이고 더구나 그 곳은 차량의 통행이 빈번할 뿐 아니라 굽은 도로인 관계로 반대차선을 따라 진행해 오는 차량이 자기 차선을 벗어날 경우도 예상되므로 위 장소에서 좌회전하려는 차량으로서는 차량정지선을 지켜 대기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를 벗어나 미리 교차로 내에 진입하여 정차한 위 소외 2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위 소외 2와 위 신흥운수 합자회사는 모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소정의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한 자들로서 그들과 위와 같은 자동차종합보험계약 및 공제계약을 체결한 피고 및 원심공동피고인 전국화물차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연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사고현장인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한 교차로 부근의 횡단보도 앞에 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정지선을 지켜 대기하여야 한다고 본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도로교통법 제22조에 의하면, 모든 차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는 때에는 미리 도로의 중앙선을 따라 교차로의 중심 안쪽을 각각 서행하여야 하고(제1항),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하는 교차로에 들어가려는 모든 차는 다른 도로로부터 이미 그 교차로에 들어가고 있는 차가 있는 때에는 그 차의 진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제4항)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3조에 의하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는 경우에 그 교차로에 진입하여 직진하거나 우회전하려는 다른 차가 있는 때에는 제22조 제4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차의 진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되고(제1항), 교차로에서 직진하려고 하거나 우회전하려는 차의 운전자는 이미 그 교차로에 진입하여 좌회전하고 있는 다른 차가 있는 때에는 그 차의 진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7조의2에 의하면, 차의 운전자는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하고 좌우를 확인할 수 없거나 교통이 빈번한 교차로 또는 지방경찰청장이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안전표지에 의하여 지정한 곳에서는 일시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에 있어서 화물차는 丁자형 교차로를 직진하고 있었고, 승합차는 화물차의 반대편에서 진행하여 와서 좌회전하려고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이러한 경우 도로교통법 제23조에 의하여 직진하려던 화물차가 좌회전하려던 승합차에 우선하여 통행할 수 있으므로, 승합차는 화물차에게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하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는 차량은 서행할 의무는 있으나 도로교통법 제27조의2의 장소가 아닌 한 일시정지할 의무는 없으므로, 교차로에 우선통행을 할 수 있는 다른 차량이 있는 경우에도 그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행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교차로 부근의 횡단보도 앞에 도로교통법 제4조, 같은법시행규칙 제3조 제1항, 제2항 [별표 1]에 의한 정지선표시(노면표지 일련번호 706)가 있다 하더라도 그 표시는 차의 운행 중 법령이나 법령에서 정한 지시에 의하여 정지를 해야 할 경우 정지해야 할 지점을 표시하는 것으로서 일시정지표시(노면표지 일련번호 614 또는 규제표지 중 일련번호 224)와는 달리 그 표시 자체에 의하여 정지의무가 있음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868 판결, 1986. 12. 23. 선고 85도197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지점이 교통정리가 행하여지지 아니하는 교차로이고, 그 교차로 부근에 설치된 횡단보도 앞에 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다면, 그 정지선은 도로교통법 제24조 제1항에 의한 횡단보도 보행자의 보호를 위하여 일시정지할 경우에 정지할 지점을 나타내는 것일 뿐 그 정지선에 의하여 교차로를 진입하는 차량의 운전자에게 그 정지선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할 의무가 생긴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27조의2에 의하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지 아니하고 좌우를 확인할 수 없거나 교통이 빈번한 교차로(제1호)나, 지방경찰청장이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안전표지에 의하여 지정한 곳(제2호)에서는 일시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지점이 위에서 규정한 일시정지를 하여야 할 곳인지 분명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여기서의 일시정지는 도로교통법 제2조 제22호에서 정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차가 일시적으로 그 바퀴를 완전 정지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도로교통법 제22조 제3항(신호기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에 설치된 정지선에서의 정지), 제24조 제1항(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정지선에서의 정지)과 같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교통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 정지시간이나 정지지점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규정에 의한 정지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문제된 것이 아니라 교차로 통행방법이 문제된 이 사건에 있어서는 반드시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의 정지선에 정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교차로가 비가 내려 미끄러운 상태이고 차량의 통행이 빈번할 뿐 아니라 굽은 도로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는 차량의 운전자에게 반대차선을 따라 진행해 오는 차량이 자기 차선을 벗어날 경우를 예상하여 반드시 교차로 부근의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정지선을 지켜 대기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지점의 상황 등에 비추어 당시 반대차선을 따라 진행해 오는 차량이 자기 차선을 벗어날 경우에 대비하여 위 장소에서 좌회전하려는 차량이 정지선을 지켜 대기하지 않으면 안 될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승합차 운전자로서는 정지선 안에서 정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러한 특별한 사정을 밝히지도 아니한 채 이 사건 사고지점에 설치된 횡단보도 앞의 정지선에 정지하여 대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운전자에게 차량 운전자로서의 과실이 있다고 보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도로교통법상의 교차로 통행방법이나 정지선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