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2013가합894
새주인의 운전 중 사고… 보험금 지급해야
울산지법 "새로운 보험가입 기회 박탈"… 원고 승소 판결
보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대포차의 보험계약 해지요청을 지체해 대포차를 사들인 사람의 보험 가입 기회를 박탈했다면 새 대포차 주인이 운전 중 사고를 냈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01년 조모씨는 자동차를 샀다. 5년 뒤 조씨는 박모씨에게 소유권 이전등록 없이 차를 팔았고 1년 뒤 박씨는 윤모씨에게 다시 차를 팔았지만 자동차 등록부상 소유주는 여전히 조씨였다. 윤씨는 보험사에 차를 조씨와 함께 사용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조씨 명의로 보험에 가입했다. 2010년 6월 윤씨는 자동차를 팔기 위해 보험사에 "차량이 대포차였고 보험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요청했으나 보험사는 조씨의 계좌사본이 없다는 이유로 해지요청을 거부했다. 2011년 서씨가 차를 샀고, 서씨는 같은 해 3월 운전 중 사고로 사망했다.
울산지법 민사3부(재판장 도진기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대포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내 사망한 서씨의 딸(14)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2013가합894)에서 "보험사는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동차 소유주와 피보험자가 조씨라고 하더라도 조씨가 아닌 대포차량을 실제로 갖고 있던 윤씨가 보험에 가입했으므로 객관적·외형적으로 자동차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은 조씨가 아닌 사고 당시 운전자인 서씨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보험사가 윤씨로부터 차량이 '대포차'라는 사실을 전달받았음에도 조씨의 계좌사본이 없다는 등 보험계약 해지와 상관없는 이유로 해지를 미뤄 서씨가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에 관한 전문가인 집단인 보험사에게는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며 "만약 이 사건처럼 보험사가 보험계약의 효력을 부정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을 허용해 준다면 보험회사는 보험사고의 위험을 전혀 감수하지 않은 채 보험료만 취득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돼 부당하다"고 설명했다.